헤이글 “한·미, 사드 공식협의 안 해 … 모든 옵션은 고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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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이 23일 오후(미국 현지시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 요격 시스템)의 한국 배치와 관련해 아직 어떤 결론도 내려진 게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모든 옵션(선택)을 고려하고 있다”는 미묘한 발언을 했다. 국군의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환수를 2020년대 중반으로 연기하기로 한 한·미안보협의회의(SCM) 직후 미국 국방부(펜타곤)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다. 사드의 한국 배치와 관련해 지금까지 나온 미 국방부 최고책임자의 언급이다.

 헤이글 장관은 사드의 한국 배치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SCM에서)공식적인 협의를 진행한 것은 없다”며 전반적으로 부인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한국이 요구한 전작권 환수 시기 연기를 받아들인 만큼 사드를 배치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자 이를 일축한 셈이다. 하지만 ‘모든 옵션의 고려’라는 말을 덧붙이면서 사드의 한국 배치 가능성을 닫아두지 않았다. 중국의 반발과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 편입을 우려하는 일부 여론에 불을 지필 수 있는 발언이다.

 사드 문제처럼 전작권 환수 연기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작권 환수 시기를 특정하지 않고, ‘2020년대 중반’으로 한 걸 놓고 사실상 무기한 연기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국방부 당국자는 “킬체인(Kill chain·선제타격 시스템)과 KAMD 구축은 2023년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예산이나 기술 개발의 지연을 염두에 두고 2020년대 중반이라고 표현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15개 항의 합의사항 가운데 ‘한반도 및 역내 아시아의 안보상황 안정화’라는 전작권 전환 조건은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요구에 따른 것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익명을 원한 미국 내 한반도 문제 전문가는 “아시아 회귀정책을 펴고 있는 미국이 동북아 지역에서 자신들의 입김을 유지하기 위해 상황에 따라 전작권을 놓지 않으려 이 조항을 넣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정부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헤이글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난 2월부터 기존에 활동 중인 주한미군 이외에 대대급 규모의 기계화부대를 순환배치하며 전력을 오히려 증강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헤이글 장관은 “분명한 것은 미국은 병력배치와 관련해 주한미군에 대해선 변경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계획적으로 이 같은 정책을 강화해 나갈 것이고 오히려 업그레이드 과정에 있다”고 설명했다.

 미군은 내년부터 순환배치 부대의 규모를 대대급에서 기계화 여단급(3000명 내외)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최종 검토 중이다. 미군 관계자는 “현재는 여러 부대에서 병력을 뽑아 한국에서 하나의 부대로 만들어 운영하지만 완성된 여단급 부대를 한국에 배치하면 전력 수준도 높아질 것”이라며 “보다 많은 사람이 한국 지형을 경험하도록 해 유사시 효율성을 높이려 한다”고 말했다.

케리 “주한미군 감축 거론은 시기상조”=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24일 워싱턴에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 한민구 국방부 장관 및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이 참여한 ‘외교·안보 장관 2+2 연석회의’를 연 뒤 기자회견에서 “주한미군 감축을 지금 거론하는 것은 완전히 시기상조”라며 “단순히 북한과의 비핵화 대화에 들어가는 것만으로는 주한미군 감축과 관련한 어떤 조치도 논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미는 회의 후 발표한 성명에서 “북한은 비핵화 협상에 복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양국은 한·미 원자력협정 협상에 상당한 진전이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구체적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또 다양한 형태의 대화를 통한 중국과의 건설적 협력이 중요하며 남중국해에서 평화 안정의 유지, 해상 안보와 안전, 항해의 자유 중요성을 강조했다. 양국은 한·미·일 3국 간 안보 협력과 조율도 확대키로 했다. 양국은 성명에서 “동북아 평화를 위한 핵심축(린치핀)을 넘어선 글로벌 파트너십으로 한·미 동맹을 발전시키는 데 협력하며 에볼라 바이러스와 이슬람국가(IS) 등에 적극 대처한다”고 합의했다.

워싱턴=정용수 기자, 채병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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