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치기 신입생의 근본대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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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전국시대 중국 산동성의 추현(추현)마을에 가(가)라는 이름을 가진 어린이가 있었다. 그의 어머니는 아들의 교육에 남다른 관심을 보여 밖에 나가 노는 모습까지 유심히 관찰했다.
이웃에 장의사가 있어 아들이 장례흉내를 내자 어머니는 집을 옮겼고 그곳에서까지 가까운 시장거리에서 보고들은 장사놀이를 하자 이번에는 서당부근으로 다시 이사를 해 결국 아들이 훌륭한 사상가로 자라도록 좋은 교육환경을 만들어 주었다.
가는 맹자요, 그 어머니는 삼천지교를 실천한 장본인임은 익히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대중교육시대로 접어든 오늘날 수도 서울의 교육현장에서는 서류만 가지고 맹자 같은(?)인물을 만들어 보려는 극성 학부모들이 적지 않다.
새로운「명문교」로 부각된 몇몇 고교의 신입생 가운데 상당수가 이른바「위장전입」이라는 떳떳치 못한 방법으로 배정 됐다는 관계기관의 조사결과는 이 같은 사실을 잘 입증해 주고 있다. 이는 곧 고교평준화시책 자체가 문교당국이 보고있는 것처럼 평준화 돼 있지 않고, 일류대학합격의 지름길을 찾는 학생과 학부모들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경쟁적으로 일류대학 합격자를 많이 내는 명문 고를 찾아다닌다는 흐름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당국은 앞으로 일류 병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이들 사이비 맹모를 뿌리뽑기 위한 방안을 구상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 같은 학부모와 영합해 대학입시 실적을 올리기에만 급급 하는 학교장들은 표창대신 싫은 소리를 듣게 될 것이라는 문교부의 방침도 세워졌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본(본)은 다스리지 않은 채 말(말)에서 빚어지는 부작용만을 제거하기 위한 지엽적 처방에 불과한 것은 아닌지.
적어도 법적 측면에서 거주이전은 시민의 자유다. 자녀를 위해 좋은 학교를 찾아다니는 학부모를 나쁘다고만 할 수도 없다.
문제는「위장」전입과 같은 사 술이 개입할 소지를 만들어놓은 평준화시책의 무차별 추첨배정에 있다. 학군 안에서 제한된 선택만이라도 허용하는 학군별 선지원- 후배정(선 지원-후 배정)을 신중히 검토해야할 단계에 와 있는 것 같다. 평준화의 정신을 살리면서 학교배정에 따른「합법적」부정을 막고,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학교 차를 인정, 이를 교육적으로 유도하는 길은 달리 없기 때문이다.<홍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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