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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황태호<학생·28·강동구 암사3동 동서울아파트>
중앙일보가 신년 들어 제3공화국의 묻혔던 자료들을 발굴, 연재하자 각 일간지들이 모두 그 대열에 참여했다. 어디에서 누구를 만나든 이 다큐멘터리실록에 대해 한마디쯤은 언급을 하기도 했다.
갑자기 34회로써「제1부」라는 전혀 얘기치 못했던 이름으로 연재를 중단할 싯점에서 느끼는 감회는 실로 단설로 형언하기 어렵다. 과거의 일을 놓고 시비나 공과를 가려내기보다는 과거에 범한 잘못을 다시는 되풀이하지 말아야한다는 견지에서 역사를 밝혀내는 의의가 있을진대 중앙일보가 그간에 보여준「정논직단적」연재에 뜨거운 격려와 갈채를 보낸다.
자칫 편향되기 쉬운 정치이민사의 보도에서 객관성과 공정성을 잃지 않도록 노력한 흔적이 역력한 그 태도는 언론의 귀감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또 뒤늦게나마 이제라도 묻혔던 사실들을 알아야겠다는 개방사회에 대한 기대에 부응한 각 신문의 태도는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도 있다.
그러나 국가적 이익과 중대한 관련이 있는 외교나 국방이의에서의 정치적 사건과 비화의 상당 부분이 지난20년간 베일 속에 감추어 졌었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을 통제하지 않는 개방체제가 시작되자마자 국내의 대표적 일간지들이 매일처럼 한 지면의 반 이상을 할애하였다면 이는 그간 언론이 입을 다물었고 국민은 귀머거리가 됐었다는 결론이 된다.
그것도 아니었다면 전 언론의 직무유기 내지는 태만이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차라리 역사의 무대에서 바로 어제라고도 할 수 있는 20년 전의 일들마저 쉽게 잊어버리는 건망증환자들을 일깨워 주기 위한 언론의 사회계도적 사명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면 지나친 것일까. 대망의 80년대를 이루기 위한 역사적인 전환점에 서서 우리모두 옷깃을 여미고 겸허한 자세로 근간의 사정을 반성해야하리라 생각된다.
아울러 항상 참신한 기획으로, 그리고 이사회의 목탁으로 그 청아한 소리를 울리고 있는 중앙일보의 노력에 거듭 감사의 뜻을 표하며, 기약 없는 속편연재를 위해 보다 충실히 자료와 증언을 수집, 내일에 대비하겠다는「맺음말」에 큰 기대를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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