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보일러 터져라' 일부러 물 뿌리는 손님도 있어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비결이요? 어디서 제 집터가 좋다는 말은 들었지만 특별한 비결 같은 것은 없습니다."

▶ '천하명당' 주인 박성민씨와 부인

로또 1등 5번 홍성 '천하명당'…가게앞 100m까지 줄서

"비결이요? 어디서 제 집터가 좋다는 말은 들었지만 특별한 비결 같은 것은 없습니다."

로또 1등 당첨자를 다섯번이나 배출해 전국적으로 화제가 되고있는 충남 홍성의 복권방 '천하명당'의 주인 박성민(58)씨. 기자가 찾아간 날이 주초였음에도 박씨의 복권방은 손님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손님들의 나이나 행색은 제각각이었다. 하지만 첫마디는 모두"여기가 그 로또방이냐"는 것이었다.

복권을 사기 위해 일부러 인천에서 찾아왔다는 김성희(35.주부)씨는 "차비가 들긴 했지만, 소문난 복권방이니 2등만 돼도 어디냐"며 웃었다.

일부 손님들은 박씨에게 악수를 요청하거나, 박씨의 손바닥을 문지르기도 했다. 모두'1등의 기운'을 받기 위한 동작이라고 했다.

박씨는"보일러가 터지는 등 집에 물난리가 날때마다 1등 당첨자가 나온다는 얘기를 들은 일부 손님은 가게 바닥에 일부러 물을 뿌리기도 한다"고 전했다.

요즘 박씨가 한주에 파는 복권만 6000~8000여만원 어치. 한달에 2억4000여만원 ̄3억2000만원 정도의 매출을 거두는 셈이다. 5평짜리 가게에서 거두는 수입만 세금을 제하고 한달에 1200여만원 정도다.

그는 "유명세 탓인지 외지 사람들이 사가는 양이 전체의 70%에 정도된다"고 말했다. 직접 찾아오는 고객들 못지 않게 우편으로 복권을 구입하는 사람도 많다. 현재 컴퓨터 등에 정리해놓은 고객 명단만 3300여명. 부인 강연순(52)씨는 "앞으로 5000여명까지 늘어날 것같다"고 환하게 웃었다. 지난달에는'군(郡)을 널리 알리고, 군 경제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홍성군으로부터 감사패를 받기도 했다.

▶ '천하명당' 전경

▶ 가게 운영에 뛰어든 작은 아들과 여자친구

박씨가 처음 복권방의 문을 연 것은 로또가 처음 시작된 지난 2002년 12월. 당시만해도 그는 정년퇴직한 뒤 노후를 위해 가게를 연 평범한 '복권가게 주인'일 뿐이었다. 박씨의 복권방이 문전성시를 이루기 시작한 것은 두 번째 당첨자를 배출한 2004년 2월부터였다.

"처음 됐을땐 별로 반응이 없다가, 두 번되고 나니까 손님이 몰리더군요. 가장 많을 때에는 가게 앞으로 100m까지 줄이 늘어섰던 적도 있습니다. 요즘은 인근에 관광을 왔다가 단체로 들르는 경우도 많아요."

'천하명당'을 찾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부인과 조촐하게 꾸려가던 복권방에 큰 아들(28)과 작은 아들(26)까지 뛰어들었다. 얼마전부터는 둘째 아들의 여자친구까지 가게 일을 거들고 있다. 기자가 복권방을 찾았을 때도 가족 전원이'총출동'해 있었다.

전 가족이 온통 가게에 매달리다 보니 푸념아닌 푸념도 나온다. 부인 강 씨는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식구들이 가게에서 2교대로 일하는 탓에 함께 밥 먹기도 쉽지않다"라며 "당첨자를 공개 추첨하는 토요일 저녁에만 식구들끼리 모여 얘기도 하고 밥도 먹을 수 있다"고 전했다. 박씨도 "나름대로 유명세를 타다보니 전처럼 마음대로 술먹고 돌아다니기는 힘들고 처신이 조심스럽다"며 웃으며 말했다.'사행심을 조장한다'는 일부 네티즌들의 비난도 박씨에게는 부담이다.

그는 "일부에선 '1등이 나올때마다 보조금을 받을테니, 저 사람이 진짜 로또다'라고 한다"며 "하지만 소문과 달리 보조금이 나오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식구들 모두 하루 15시간씩 매달려 일하는데 거저 돈을 번다는 말을 들으면 조금 섭섭하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정작 천하명당의 주인의 로또성적은 어떨까. 그는"지금까지 매주 만원어치씩 사왔지만 '꽝'만 나왔다"며 "로또에 정답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취재 후기= 취재차 찾은 홍성의 '천하명당' 복권방에서 사무실 동료들과 가족의 간절한 '대박' 소망을 담아 함께 간 동료와 합쳐 13만원 어치의 로또 복권을 샀습니다.

다른 손님들처럼 복권방 사장과 악수까지 했으니 내심 '최소한 3등 이상은 나올 것 같다'는 기대가 생기더군요. 그러나 결과는 '꽝'.

선배 한 분과 동료 기자가 5000원에 당첨된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꽝이었습니다.

'일확천금'의 허황된 꿈을 버리고 열심히 일하라 는 하늘의 경고였을까요.

홍성= 이수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