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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번 정성훈, 1회에 꽝 … 가을야구 잔혹사 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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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LG 정성훈이 1회 초 NC 선발 에릭을 상대로 선두타자 홈런을 터뜨린 뒤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이 한 방이 경기를 LG 쪽에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었다. 지난해 플레이오프에서 실책 2개로 고개 숙였던 정성훈은 올 시즌 영웅으로 다시 돌아왔다. [창원=뉴스1]

LG가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준PO·5전3선승제)에서 2연승을 달렸다. LG는 22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준PO 2차전에서 NC를 4-2로 이겼다. 1차전에서 13-4 대승을 거둔 LG는 2차전까지 잡고 서울(3차전 24일 잠실)로 향했다. LG가 남은 세 경기 중 1승만 거두면 넥센과 PO(5전3선승제)에서 대결한다. 역대 포스트시즌 5전3선승제 시리즈에서 1·2차전을 이긴 팀은 75%(16번 중 12번)의 확률로 다음 시리즈에 진출했다.

 LG 1번타자 정성훈(34)의 일격이 매서웠다. 정성훈은 1회 초 NC 선발 에릭에게 2스트라이크에 몰린 뒤 3구째 아슬아슬한 코스의 볼을 골라냈다. 4구째 높은 직구가 들어오자 그의 배트가 날카롭게 돌았다. 쭉 뻗은 타구는 마산구장 왼쪽 담장을 훌쩍 넘겼다. 비 때문에 경기가 이틀이나 미뤄지면서 1차전에서 대승한 LG의 상승세가 꺾일 거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정성훈의 한방이 분위기를 살렸다. 정성훈은 결승홈런을 포함해 5타수 2안타를 기록했다.

 지난 19일 1차전 LG의 승리도 정성훈으로부터 시작됐다. 1회 초 선두타자로 나서 NC 선발 이재학의 초구를 통타해 2루타를 날렸다. ‘LG 킬러’ 이재학의 초구를 공략한 덕분에 LG는 1회에만 6점을 뽑았다.

 정성훈의 변신은 곧 LG의 변신이다. 정성훈은 지난해 두산과의 PO 1차전에서 실책 2개를 저질렀다. 3루수·중심타자로서 한 시즌 내내 좋은 활약을 펼치고도 단기전에서 무너졌다. 당시 LG는 정성훈을 3차전부터 지명타자로 기용했지만 익숙지 않은 포지션을 맡은 내야진 전체가 흔들렸다. 결국 LG는 1승3패로 두산에 졌다.

 올 시즌 정성훈은 타격에 집중하기 위해 15년 동안 지켰던 3루를 내놓고 1루수로 옮겼다. 5월 부임한 양상문 감독은 그를 중심타선이 아닌 1번에 넣었다. 발이 느리지만 선구안이 좋고 승부욕이 강한 장점을 활용하기 위해서였다. 정성훈은 1번타자로 이동한 뒤 타율 0.354, 출루율 0.444를 기록했다. ‘공격형 1번타자’ 정성훈의 진가는 올 가을에 제대로 드러나고 있다.

 LG는 스나이더가 4회 초 투런포를 터뜨리며 3-0으로 달아났다. LG 선발 우규민은 특유의 싱커와 체인지업을 앞세워 NC 타선을 압도했다. 5이닝 동안 4피안타 3탈삼진 1볼넷 무실점으로 포스트시즌 개인 첫 승리를 따낸 우규민은 경기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우규민은 6회 무사 1·2루에 몰렸지만 후속 투수 신재웅이 잘 막았다.

 NC도 7회 말 반격을 펼쳤다. 4번타자 테임즈의 홈런 등으로 2점을 따라 붙었다. 그러나 3-2이던 9회 초 어이 없는 실책으로 역전 기회를 날렸다. 1사 후 LG 박용택이 볼넷으로 출루한 뒤 대주자 문선재로 바뀌었는데 묘한 플레이가 나왔다. LG 이병규(등번호 7)가 때린 타구가 내야 높게 떴으나 문선재는 타구를 보지 않고 2루까지 달려 슬라이딩을 했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더블플레이가 됐어야 했지만 NC 2루수 박민우가 공을 놓쳤다.

 이때 문선재는 3루로 달리고 있었고, 박민우의 실책을 확인한 뒤 홈까지 쇄도, 4-2를 만들었다. 문선재의 실수와 박민우의 실책이 겹쳐 승부의 추는 LG로 기울었다. LG 마무리 봉중근은 9회 말을 무안타 무실점으로 막고 세이브를 올렸다.

창원=김식·김효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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