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면 수용은 안할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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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북한이 베이징(北京) 3자 회담에서 체제 보장과 핵포기를 맞바꾸는 일괄 타결안을 제시한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미국의 향후 대응이 주목되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29일 "조지 W 부시 행정부 내 온건파는 물론 강경파도 일단 대화를 계속하는 데는 찬성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을 필두로 한 강경파는 북한과의 협상이 실패할 게 뻔하다고 믿지만 명분 쌓기 차원에서 대화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제시한 '대범한 제안(bold proposal)'을 미국이 받아들일 가능성은 현재로선 희박하다는 게 미 언론의 분석이다.

북한은 "미국이 중유와 식량을 제공하고, 북한의 체제를 보장하며, 에너지와 경제적 지원을 하면 핵 프로그램을 철폐하겠다"는 주장이지만 미국은 북한이 핵을 먼저 폐기해야 그 다음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워싱턴 포스트는 29일자 사설에서 "부시 행정부가 북한의 김정일 정권을 미워하는 것은 알지만 그래도 북한 정권을 교체한다는 목표를 포기하고 먼저 체제를 보장하라"고 지적했다.

사설은 또 "한반도에서의 전쟁이나 김정일 정권의 붕괴는 동맹국들이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현실론을 제기한 뒤 "먼저 체제 보장을 해주고, 북한이 핵문제를 해결하면 그 뒤 경제 지원을 하라"면서 단계적 접근 방안을 제시했다.

헤리티지 재단의 발비나 황 연구원은 "미국은 북한이 요구하는 불가침 조약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북한이 먼저 핵 프로그램을 폐기하면 한.중.일.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국들과 협조해 본격적인 경제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미.일 3국은 앞으로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 회의를 통해 북한의 제안에 대한 공동 대응 방안을 모색한 후 후속 회담의 시기와 장소 등을 논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도 한국과 일본의 회담 참가를 거부하지는 않는 분위기여서 다음번 회담은 명실상부한 다자 회담의 형태를 띨 가능성이 크다.

이와 함께 다음달 15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노무현(盧武鉉)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북핵 해법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북한은 "우리 측의 제안에 대한 미국의 반응을 지켜볼 것이며 만일 미국이 트릭을 쓰면 중대한 결과를 빚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따라서 미국의 반응이 늦어질 경우 북한이 현상 타개용으로 새로운 도발적 행동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 한반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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