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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편 어려운 학우 돕자" 충북대, 얼음 대신 '책버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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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충북대생들이 지난 8일 학교 운동장에서 열기구를 타고 올라가 변재경 학생처장에게 책과 잡지를 쏟아 붓고 있다. 충북대는 북버킷 캘린지를 통해 장학금 1억여원을 모았다. [사진 충북대]

충북대가 바구니 안에 수북이 담긴 책을 머리에 뒤집어 쓰는 북버킷 챌린지(Book Bucket Challenge)로 50여 일 만에 장학금 4000여 만원을 모았다. 북버킷 챌린지는 윤여표(58) 총장이 지난달 3일 취임식에서 시작했다. 박병우 교수회장(소프트웨어학과)의 제안을 윤 총장이 받아들였다. 박 교수는 “책을 베고 자면 그 책의 내용이 머리 속에 온전히 기억된다는 속설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며 “학생들이 경제적 어려움 없이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위해 총장에게 제안했다”고 말했다.

 북버킷 챌린지는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잘 알려진 아이스 버킷 챌린지와 유사한 나눔 문화 운동이다. 차가운 얼음 물을 뒤집어 쓰는 대신 교양 서적이 한 가득 담긴 통을 머리 위에서 쏟는 방식이다. 부상 우려가 있어 참가자는 안전모를 꼭 써야 한다. 챌린저로 지목된 교수나 교직원이 책을 뒤집어 쓴 뒤 장학금을 10만원 이상 낸다. 학생은 1만원으로 제한했다. 윤 총장은 취임식 날 장학금 5830만원을 내놨다. 윤 총장은 “북버킷 챌린지와 상관없이 장학금을 내려 했는데 마침 의미있는 행사를 맞아 기꺼이 동참하게 됐다”고 말했다.

 캠페인은 교수와 교직원·학생들 사이에 빠르게 확산됐다. 지금까지 교직원 30명과 학생 40여 명이 동참했다. 윤 총장의 장학금을 포함해 20일까지 모인 돈은 1억여원. 학교 측은 이렇게 모은 돈을 ‘천사 장학금’으로 부른다. 장학금은 가정 형편이 어려운데도 장학금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이 대학 학생을 위해 쓰인다.

 외부인사 참여도 줄을 잇고 있다. 최정환 충북대 학생회장은 34년 선배인 김병우 충북교육감을 지목했다. 1980년 국어교육과를 졸업한 김 교육감은 지난 15일 충북대 강연 뒤 후배들과 북버킷 챌린지를 했다. 정상혁 보은군수도 박경애 충북대 직원회장의 지목을 받아 지난 2일 보은군의 한 농가에서 주민 10여 명과 함께 캠페인에 참여했다. 정 군수는 책 대신 보은 특산품인 대추 세례를 받았다.

 새정치민주연합 도종환 국회의원과 최재운 충북대 병원장도 조만간 챌린지 대열에 동참할 예정이다. 이달 초 열린 대학 축제에서는 열기구에서 책을 던지는 북버킷 챌린지 행사가 열렸다. 학생 4명이 학교 운동장에서 열기구를 타고 7m 높이로 올라가 변재경 학생처장과 이만형 기획처장에게 책과 잡지 등을 던졌다.

 학생들도 반기고 있다. 충북대 홍보대사 이석원(29·수의예과 2년)씨는 “북버킷이 단순히 돈을 모으기 위한 이벤트성 행사를 넘어 학내 소액 기부 문화 운동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얼마 전 한 학우에게 1만원짜리 천사 장학금 기탁서를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충북대는 교수와 학생들의 더 많은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학교 홈페이지와 SNS를 통해 익살스러운 북버킷 영상과 행사 취지를 함께 알리고 있다.

최종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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