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과 수로 결정되는 진짜 명품 옷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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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인기를 모은 드라마 「시크릿 가든」 속 “이게 장인이 한 땀 한 땀 만든 옷이야”라는 대사, 기억하시는지요. 이번에는 바로 그 한 땀 한 땀 지은 좋은 옷을 가려내는 방법을 알아보려 합니다. 좋은 옷을 완성하는 디테일에 대한 매뉴얼, 그 두 번째 주제는 바로 ‘땀 수’입니다.

땀과 수는 무엇?
‘땀’이란 실을 꿴 바늘로 천을 한 번 뜬 자국을 세는 단위입니다. 옷이라는 것이 재단된 원단 조각을 이어 붙여 만든 것인 만큼 바로 이 땀을 통한 봉제 작업이 옷의 전체적인 품질을 좌우한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덧붙여 ‘수’란 방적사의 실 굵기를 나타내는 단위인데, 쉽게 말해 ‘털 뭉치에서 실을 뽑아낸다’는 개념으로 짧은 모장으로 이루어진 털 뭉치를 이어 긴 실로 만드는 과정이지요.

자, 어렵지만 조금 더 디테일하게 설명하겠습니다. 일정한 털 뭉치에서 얼마나 긴 실을 뽑아내느냐에 따라 실의 굵기가 결정됩니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국제적으로 동일하게 지켜지고 있는 룰인데요, 면 소재의 경우 840파운드에서 20야드가 나오면 20수, 50야드가 나오면 50수라 말합니다. 일정한 중량에서 나오는 실의 길이가 길수록 굵기는 얇아지겠죠? 따라서 20수보다는 100수가 얇은 실입니다. 옷을 만들었을 때 훨씬 부드럽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자아내는 거죠. 덧붙이자면 실에는 ’합’이라는 개념도 있습니다. 예로 100수 2합이라 하면 840파운드의 털 뭉치에서 뽑은 100야드의 실을 2개 꼬은 것입니다. 이것은 50수 1합과 두께가 같은 것을 의미합니다.

잘 만든 아우터 고르기, 땀 수에 달렸다
복잡한 이야기는 접어두고, 실용적인 팁을 드리겠습니다. 아무래도 가을에 접어들면서 아우터 쇼핑에 나서는 분이 많을 텐데요, 아우터를 고르는 데도 ‘땀 수’를 따져봐야 합니다. 아우터는 구매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봉제 퀄리티를 보다 꼼꼼하게 살펴야 합니다. 그런데 쇼핑을 하다 보면 고가의 백화점 브랜드에서도 봉제 처리가 수준 이하인 경우가 종종 발견되지요.

아우터 제작 시 쓰이는 실은 주로 60수 3합, 30수 3합, 20수 4합이 대표적인데요, 복잡해 보이지만 육안으로 어느 정도 구별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집에 있는 아우터 실의 굵기가 일반적이라면 60수 3합, ‘일부러 스티치 장식을 했나’ 싶을 정도로 땀 자국이 도드라진다면 30수 3합, ‘실이 과도하게 두껍다’라는 느낌이 드시면 20수 4합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견고하고 우수한 봉제의 기준은 60수 3합의 경우 3cm당 12땀 수 이상, 30수 3합은 3cm당 10땀 수 이상, 20수 4합은 3cm 당 9땀 수 이상이면 튼튼하게 만들어진 아우터라 판단할 수 있습니다. 또 아우터는 겉감의 봉제 땀 수뿐 아니라 내부의 라벨이나 주머니 안쪽도 꼼꼼하게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라벨 테두리 역시 3cm당 16땀 수 이상 촘촘하게 꿰매야 하고, 주머니를 반대로 뒤집었을 때 봉제 처리 마무리가 깔끔해야 합니다.

오래 두고 입을 수 있는 셔츠와 팬츠
통상적으로 셔츠에는 60수 2합 원사를 가장 많이 사용합니다. 와이셔츠에 쓰이는 실 굵기라고 생각하시면 되는데요, 60수 2합 원사를 기준으로 2.5cm 간격당 16땀 수 이상이 되어야 깔끔히 마무리한 옷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땀 수가 셔츠 전체에서 균일하게 유지되어야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한 가지 더! 팬츠는 다른 아이템에 비해 힘을 받는 강도가 높아서 봉제 땀 수가 더욱 중요합니다. 60수 3합 원사를 기준으로 3cm당 12 또는 13땀 수가 유지돼야 하고, 찢어지기 쉬운 주머니에는 실을 여러 번 휘감아 단단히 마무리돼 있어야 오래도록 해짐 없이 입을 수 있습니다. 물론 땀 수로만 옷의 품질을 논하기에는 일부러 스티치를 숨기는 디자인처럼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습니다. 다만 대부분의 옷은 이 봉제 땀 수 기준을 적용해 퀄리티를 가늠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실제로 쇼핑하실 때 이처럼 땀 수를 전부 헤아려보기란 어렵겠지요? 땀 수를 셀 수 없다 해도 옷의 전체적인 봉제가 탄탄한지, 특히 눈에 잘 안 띄는 라벨 등의 박음질은 꼼꼼한지 살펴본다면 해당 브랜드의 봉제 퀼리티를 엿볼 수 있을 것입니다.

참고로 오늘 제가 표기한 땀 수의 기준은 업계에서 통상 용인되는 수준으로, 법처럼 정해진 내용은 아닙니다. 다만 실제 업계 전문가들 역시 이러한 기준으로 옷을 가늠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앞으로 옷을 구매하는 데 있어 보다 날카로운 쇼퍼가 되시는 데 도움이 되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기획=홍혜미 레몬트리 기자, 글=Dog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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