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환 저 『졸라와 자연주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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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정명환 교수의 「졸라와 자연주의』(민음두간)는 한 작가에 관한 연구이면서 동시에 문예사조로서의 자연주의에 관한 최초의 본격적인 연구라는 점에서 저자의 관심의 폭과 깊이를 드러낸 업적으로 보인다.
작가의 연구에 있어서 그 작가에 관한 기존의 평가로부터 출발하는 일반적인 경향에 비추어 볼 때, 이미 주어진 「에밀·졸라」에 관한 평가와 「에밀·졸라」의 새로운 독서·과정에서 밝혀진 몇가지 징후를 동시에 조명하고 있는 정 교수는, 그렇기 때문에 흔히 가지고있는 자연주의에 대한 생각의 깊은 오류를 시정하면서 「졸라」의 예술적인 생명력을 발견하기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과학적 방법에 의해서 그 인과관계를 규명할 수 있다고 생각되는 현상>과 <신비로운 궁극적 존재로서의 대자연>을 동시에 포용하고 있는 자연주의의 개념을 통해서「루공 마카르』전체에 나타나고 있는 「졸라」의 2원적인 세계를 규명한다. 「졸라」의 2원적인 세계는 그것이 별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 간섭과 개입을 통해서「졸라」의 작품 속에 이루어지고 있는 생성과 소멸의 신비로운 예술적 세계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졸라」의 세계를 결정론으로 보려는 지금까지의 연구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는 것이며 동시에 「졸라」를 가장 「졸라」의 입장에서 이해하고있는 작품 중심의 작가론의 길로 우리를 이끄는 것이다. <과학과 시, 개인과 사회, 현실과 유토피아. 존재와 생성>이라는 대립적인 개념들의 동시적 작용에서 예술적 총체성을 발견하고있는 제1부는 따라서 저자의 문학에 대한 태도의 핵심을 보여주는 것이다.
제2부는 자연주의라는 개념속에 들어있는 <자연>의 몇가지 양상과 <자연주의와 결정론><문학과 정치>등에 관한 개별적인 연구이고 제3부는 프랑스·일본·한국의 자연주의에 관한 집중적인 연구다.
2부와 3부는 따라서 문학이론으로서의 자연주의의 외연관계와 그것의 확대에 대한 치밀한 검토를 통해서 문학이론이 작품의 내적인 구조와 전체적 의미에 의해 생성되는 것임을, 그리하여 비교문학이 영향론을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을 극명하게 증명하고 있다.
그러한 점에서 『졸라와 자연주의』는 단순한 작가 연구의 범주를 벗어나 문학 연구의 주요한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으며 외국문학 연구에 새로운 차원을 보여주고 있다. <김치수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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