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상황에서 가면을 벗은 인간의 참모습 그리고싶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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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사람들은 아마도 몇개의 가면을 쓰고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그러다가 어떤 극한상황에 이르게되면 가면은 벗겨지고 본래의 모습이 나타나는데 자신도 잘 몰랐던 자신의 모습에 깜짝 놀라게된다.
작가 정종명씨는 인간의 감추어진 본래모습을 포착하는 작품을 자주 쓰는데 단편 『겨울야화』등이 그러하다. 『겨울야화』는 대학학생회장선거를 소재로 한 작품으로 풍자적인 측면과 함께 상황에 따라 변해가는 등장인물들의 앞과 뒤가 다른 사고와 행동을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가면을 벗기고 인간의 본래 모습을 보려고 하는 것은 그러한 확인을 통해 인간의 참모습을 찾아보려는데 있습니다. 사람들은 보통 몇겹씩의 가면이 벗겨지고 자신의 본모습이 드러날 때 부끄러워합니다. 그 부끄러움을 통해 절실해 지려고 노력하고있다고 봅니다.』 정씨의 작품들은 글재주보다는 이야기의 치밀한 전개에 중점이 두어져있다.
소소한 사건도 미주알고주알 주도면밀하게 써나간다. 정씨는 문장이 좀 유연하지 못하다는 평도받은 모양인데 본인은 『극복할 수 있고 극복하는 중』이라고 말한다.
「현대문학」지에 4년간근무하고 있어 소설가를 떠나서도 직업상 많은 작품을 읽고있다.
『필연적인 사건이 벌어지고 결말에 연결되는 것이 아니고 주제를 설명하는 듯한 소설을 자주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문예지 종사자로서 조심스러운 말이지만 소설의 틀에 충실한 소실을 바라는 것이겠다.
78년 「월간문학」에 『사자의 춤』으로 당선되어 신인상을 받으면서 문단에 데뷔해 『불청객』『떠돌이의 혼』『건널목 뛰어넘기』『우울한 희극』『겨울야화』등의 작품을 내놓으면서 인간본성의 문제와 함께 부조리한 삶의 현실, 전통과 외래문화와의 갈등을 폭넓게 써왔다. 그 동안의 작품을 묶어 올해는 작품집을 내보려고 한다.
80년 젊은 작가들의 동인인 「작가」그룹을 탄생시길 때 김원우씨 등과 함께 산파역을 맡았다. <임재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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