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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을 전기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햇빛을 전기로 만드는 얘기는 동화에나 있을 법하다. 영국작가「스티븐슨」은 그의 소설에「지킬」박사를 등장시켜 인간의 선악을 약품으로 분리했었다.
요즘 미국과 일본의 기술연구가들은 「아모르퍼스·실리콘」이라는, 바로 「지킬」 박사의 약품과 같은것을 만들어냈다. 「태양광발전」을 하는 소재다.
아모르퍼스 (Amorphous)라는 말은 화학용어의 하나로 결정학에서 쓴다. 비결정·비경질·무정형이라는 뜻의 형용사다.
「비결정」이란 원자가 규칙적으로 배열되어있지 않은, 한마디로 멋대로(랜덤)된 구조를 말한다. 바로 이런 「아모르퍼스」 상태의 소재는 합금으로 혹은 실리콘으로 나뉘어 쓰인다.
태양광을 전기로 바꾸는것은 벌써부터 통신위성에서 실용되고 있었다. 통신위성에 장치된 새(조)의 날갯죽지같은 부분이 태양전지다.
그러나 이 태양전지는 실리콘(규소 Si)의 단결정 (트랜지스터나 IC, 혹은 LSI)을 재료로 쓰고있다. 이것은 비용이 엄청나게 높다는 뜻이다. 일반 가정에서 쓰는, 가령 용량 30암페어의 발전량을 얻으려면 태양전지값만 우리돈으로 5천만원 이상이 든다.
하지만「아모르퍼스·실리콘」의 태양전지를 장치하면 그 비용은 단결정의 백분의1로 줄어든다. 불과 50만원. 언젠가 가정용 태양발전소를 세운다면 이 비용에 시설비만 들이면 된다. 「아모르퍼스·실리콘」이 양산된다면 그 비용은 더 줄어들 것이다.
이를테면 그만한 비용으로 가정의 전기문제는 영구적으로 해결되는 것이다. 꿈같은 일이다. 석유다, 석탄이다, 가스다 하는 골치아픈 에너지문제는 옛날얘기가 되어버린다.
그 실리콘전지의 원리는 간단하다. 충분한 에너지를 가진 빛이 실리콘 게이트(격자)에 닿으면 전기를 만들어내는 마이너스전하와 플러스전하가 발생한다. 따라서 빛에너지가 전기에너지로 바뀌는 것이다.
이처럼 실리콘을 통해 분리된 마이너스, 플러스전하는 실리콘의 양끝에 장치된 전극에 저장된다. 그것이 전극이다. 이 전극을 단자를 통해 흘려보내면 전류가된다. 엄밀히 말하면 태양전지가 아니라 광전변환기다.
이런 아이디어는 원래 미국의 새 유망기업인 EDC의 「오브신스키」 사장이 생각해 냈다. 1968년의 일이다. 그후 8년만인 1975년영국의 「스피어·댄디」교수가 반도체 재료로 실리콘을 사용했다. 그 이듬해 미국 RCA가 문제의 「아모르퍼스·실리콘」에 의한 태양전지를 발표했다.
그러나 이 무렵 일본 삼양전기의 연구팀이 뒤늦게 뛰어들었다. 그러나 이 분야의 산업에 적극적인 가능성을 보여준것은 일본이었다.
가능성이란 첫째 간단한 제조공정, 둘째 제조에너지의 감소, 세째 불과 1미크론(만분의1)이하의 두께에 지나지않은 재료의 축소등을 말한다.
아직은 개발단계지만 이것이 우리현실에 옮겨질 날은 멀지 않은것 같다. 우리는 영국작가 「올더스·헉슬리」의 말처럼 「브레이브·뉴월드」 (멋진 신세계)에 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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