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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 보호대 차고 … 19세 백규정, 미국 직행 티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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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초청선수 자격으로 생애 처음 LPGA 투어 대회에 나선 19세 백규정이 깜짝 우승을 차지했다. 극심한허리 통증에 시달린 그는 허리에 보호대를 착용하고 출전하는 투혼을 선보였다. [뉴시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첫 출전한 국내파 백규정(19·CJ)이 LPGA 투어 상위 랭커 59명을 물리쳤다. LPGA 투어 직행 카드를 받아 새로운 신데렐라 스토리의 주인공이 됐다. 백규정은 19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골프장에서 끝난 하나·외환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서 브리타니 린시컴(29·미국), 전인지(20·하이트)와 연장 끝에 우승했다. 최종 라운드에서 5타를 줄여 최종합계 10언더파를 기록한 뒤 연장 첫 홀 버디로 승부를 끝냈다.

 대회 사상 최고의 혼전이자 명승부였다. 최종 라운드 시작 때 선두와 3타 차 우승 경쟁조에는 무려 20명이 바글거렸다. 경기 중반까지 린시컴·전인지·산드라 갈(29·독일) 등이 선두를 주고받았다. 백규정은 챔피언 조에서 출발했지만 9번홀이 끝났을 때 리더보드 상단에서 사라졌다. 버디 1개와 보기 1개로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았다. 그러나 11번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을 홀 30cm에 붙여 버디를 잡으면서 드라마를 시작했다. 11번홀부터 5개 홀 연속 버디가 나와 단숨에 공동 선두로 올라섰고 연장까지 합류했다.

 백규정·린시컴·전인지의 대결은 대회 역사상 처음으로 3명이 펼친 연장전이었다. 1m78cm의 장타자 린시컴은 LPGA 5승을 거뒀지만 연장전 3전 3패로 연장에만 가면 작아지는 선수였다. 반면 한달 전 국내 투어에서 연장 우승 경험을 한 백규정은 자신감이 넘쳤다.

 18번홀(파5)에서 치러진 연장전에서 전인지가 먼저 탈락했다. 세 번째 샷이 오른쪽으로 밀리면서 공이 해저드에 빠졌다. 린시컴이 홀 1.5m에 샷을 붙였지만 백규정은 전혀 긴장한 기색 없이 홀 1m로 더 가까이 샷을 보냈다. 백규정은 “린시컴이 홀에 가까이 붙인 것을 보고 집어넣어버리자는 생각으로 쳤다”고 했다. 린시컴의 버디 퍼트는 오른쪽으로 흘러 빠졌고, 백규정은 내리막 퍼트를 홀 가운데로 집어넣었다.

 백규정은 1m73cm의 신장에 유연하면서도 파워풀한 스윙이 장기다. 국내에서 3승을 했고 국내 투어 상금랭킹 상위자 자격으로 이 대회에 처음 출전했다. 하지만 대회를 앞두고 허리디스크 증세가 악화돼 연습 때 거의 공을 치지 못했고, 허리 보호대를 차고 나왔다. 우승은커녕 ‘LPGA 투어 선수들의 기량을 배우자’는 목표로 샷을 했다. 그러나 백규정은 LPGA 투어 상위 랭커 59명 등 78명이 출전한 대회에서 사고를 쳤다. 2006년 홍진주(31) 이후 8년 만에 국내 선수로 우승하면서 내년 시즌 LPGA 투어 시드도 받았다. 우승 상금은 30만달러(약 3억2000만원).

 백규정은 “2라운드 때 박세리 선배와 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미국에 빨리 오라는 이야기도 들었다”며 “골프를 시작할 때부터 미국을 꿈꿔왔 다”고 했다. 지난 9월 LPGA 에비앙 챔피언십 우승으로 내년에 미국에 가게 된 김효주(19·롯데)와 동갑내기인 백규정은 “효주랑 미국에 가서 신인왕 경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심란하다”고 웃었다.

 지난 13일 결혼식 뒤 신혼여행도 포기하고 대회에 출전한 세계랭킹 2위 박인비(26·KB금융그룹)는 1타가 부족해 연장에 합류하지 못하고 9언더파 단독 4위를 기록했다.

영종도=이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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