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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혁신, 선택과 집중 필요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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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최근 지역마다 지역혁신체계(RIS) 구축을 위한 방법의 하나로 광역 시.도 혹은 기초 시.군 단위마다 지역혁신협의회를 구성하고 있다. 대구.경북의 경우 지난해 7월 안동시가 기초단위에서는 처음으로 지역혁신협의회를 설립했다. 올 6월 현재 경상북도에는 23개 시.군마다 혁신협의회가 모두 구성되어 있다. 이들 혁신협의회는 지방에서의 선진자치 구현과 산업경쟁력 향상을 목적으로 한다. 혁신자원을 발굴하는 한편 혁신 역량을 제고하기 위한 다양한 사업들을 구상하고 추진한다.

안동시의 경우 '전통과 첨단이 조화된 선진자치 구현'을 목표로 혁신 커뮤니티 구성, 지역사회의 전반적인 혁신 분위기 조성, 산업.경제적인 혁신 기반의 조성, 지방행정의 혁신 역량 강화 등을 추진하기 위한 세부 프로그램들을 진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초자치단체인 탓에 그들 프로그램만으로 혁신 역량을 강화하고 산업경쟁력을 제고하기에는 상당한 제약을 안고 있다.

이는 장기간 중앙 집중화로 지방의 경쟁력이 전반적으로 쇠퇴했고 따라서 기획능력이 부족한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인적.물적자원이 고갈된 상태에선 시.군 단위에서 가시적인 지역혁신 모델을 개발하고 성과를 도출해 내는 것이 쉽지 않다. 이 같은 문제는 특히 대학이 없는 대부분의 시.군에서는 더욱 난망한 과제가 되고 있다.

따라서 기초지자체 단위에서 혁신전략이 성공하려면 경제권이 중복되거나 문화권이 같거나 산업적 기반이 비슷한 중규모 단위로 혁신자원을 찾으려는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는 지역을 가르는 행정구역 단위보다는 경제권이 같은 인접 시.군을 하나로 묶어 산업자원군별로 혁신자원을 분류하고 그들을 활용해 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이어야 한다는 의미다. 물론 인적자원을 공유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정부에서는 현재도 광역단위의 혁신체계 구축과 함께 지역 진흥사업을 추진하고는 있다. 하지만 이들 사업이 모든 시.군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농산물 생산이나 산업구조에서 별 차이가 없는 인근 시.군들은 상호 상대적으로 경쟁우위에 있는 산업분야와 열위에 있는 산업분야를 구별, 집중과 양보 혹은 측면지원 등의 전략을 함께 펴면서 중규모 단위로 혁신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혁신자원의 공유와 양보는 시.군마다 각자 비교우위에 있는 산업경쟁력을 높여줌으로써 지역 간 또는 국가 전체로 교역상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는 이러한 시.군들의 활동에 대해서는 행정.재정적 인센티브를 강화해야 한다. 그리고 기존 광역단위의 지역혁신협의회는 산업구조가 중첩되는 인근 시.군들과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더불어 전체 산업군을 더욱 세분화해 혁신체계를 구축하는 데 관심을 가져야 한다.

윤병진 지방분권운동 안동본부 상임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