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공화국」을 읽으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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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중앙일보에 연재되고 있는「제3공화국」을 눈여겨 읽고 있는 중이다. 실은 재미있게 읽는 중이라고 하겠지만「재미있게」라는 표현이 경박스러운 것 같아 관심있게 보고 있다고 말해 두려고 한다.
신문은 이러한 구문을 적절하게 소화하고 정리하여 넓은 의미의 오늘을 밝혀주어야 할 필요가 있을 듯 싶다. 말하자면「제3공화국」은 오늘과 관계없는 어제만은 아닌 셈이다.
개인적인 이야기로 하자면 4·19가 일어나던 때 나는 만18세의 대학 1년생이었는데 제3공화국이 끝나던 해에는 어느덧 우리나이로 서른 여덟살의 중년이 돼있었으니 강장지년이라고할 인생의 노른자위시절이 그 체제시대에 배당되어 있었던 것이기에 그만큼 감회 깊게 그 세월을 따져 보게되는 심정이다.「제3공화국」은 나름대로 파란만장한 문화변동의 시대였던 만큼 그 정신사적 고찰과 탐구는 도리어 지금부터의 일이라고 하겠으니, 그에 우선하여 신문이 지금까지 가리워져 있던 실상을 밝혀주는 일은 중요하지 않을 수 없겠다. 여기에 이 기획이 큰 성과 있기를 기대하면서 한 사람의 문인으로서의「유소사」를 몇 자 적어보고자 한다.
나는 방금「한 사람의 문인으로서」라고 썼지만, 과연 문인으로서 제3공화국을 어떻게「통과」해왔느냐 하는 점을 따져볼 때에 문학이 자기의 시대에 조응하는 방식믈 염두에 두어서 더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말하자면 제3공화국은 그것을 이끌고 주도했던 주역세력에 의한 제3공화국이라 하겠지만, 이 차원에서만 파악될 적에는 핵심적인 권력을 둘러싸고 도는 인간군과 이해층의 이합집산 내지는 정책방향의 선택과 혼란의 함수관계로 될 수밖에는 없는 일이다.
이러한 인간학적인 측면에서 파악되는 제3공화국은 그 역사적인 당위성이나 민족적인 당면과제의 전개과정으로서의 한 시대사를 정당하게 살펴보아야 하는 작업과는 무관한 세속성에 이끌릴 수가 있다. 더구나 문학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사연들이 근원적인 관심내용이 되는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해 제3공화국은 그것을 이끌고 주도했던 제3공화국으로서 파악되기보다는 18년이란 장구한 세월동안 저기층 질서 속에 함입되어 그 시대를 힘들여 감당했던「이름 없는 얼굴들」을 주인공으로 하여 파악되는 제3공화국으로 되어야할 줄로 믿게 되는 것이다.
우리의 경우 해방전 후사는 말할 것도 없고 50년 대사에 있어서 조차 이런 제1차 자료사적발굴조차도 제대로 되어 있다고 할 수 없는 만큼 그 점에 있어서도 역사의 공전을 느껴왔던 터이다.
이제 우리는 특정한 시대를 특정한 인물들의 주변을 통해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대다수의 사람들의 의지를 통해 읽어낼 능력이 생기지 않았을까 짐작을 가져보기도 한다.
신문에 연재되고 있는「제3공화국」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은 제3공화국의 실상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우리의 80년대를 정말로 제대로 사람답게 살아야겠다는 우리의의지의 표명이 아닐까 한다.
제3공화국에 대해 할말이야 얼마든지 많지만 그것을 어떻게 말하느냐 하는 것이 참으로 중요하게 깨달아지는 시점에 우리는 와 있을 것이다.
박태순

<작가>▲42년 황해 신천출생 ▲서울대 문리대 영문과졸업 ▲「사상계」통해 데뷔 ▲장편 『어느 사학도의 젊은 시절』단편집『무너진 극장』『정든 땅 언덕 위』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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