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중, 북핵 반대이유 미묘한 입장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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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자회담의 평가와 전망'을 주제로 서울대 통일포럼(위원장 하용출 교수)과 워싱턴주립대 국제정책연구소가 공동 주최한 국제 학술회의가 10~11일 북한 금강산호텔에서 개최됐다.

본사가 후원한 이 회의에는 한.미.일.중 등 7개국 학자 30여 명이 참가했다. 북한 지역에서 북핵을 논의하는 국제학술회의가 열린 것은 이례적이다.

◆ "한.미.중 같지만 다르다"=클라크 소렌슨 워싱턴주립대 교수는 "한.미.중은 모두 북한의 핵 보유를 반대하지만 미묘한 입장차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에 따르면 중국에 북한은 주한미군과 중국이 국경을 맞대는 상황을 막는 완충 지대다. 따라서 한국이 북한을 흡수 통일하면 중국 영향권이던 북한을 한.미.일 3국 체제에 넘겨주는 꼴이 돼 중국은 (외압에 의한) 북한의 체제 교체(regime change)에 반대한다는 것이다. 반면 통일 한반도를 추구하는 한국은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계속될 경우 북한이 중국의 위성 국가로 남을까 내심 우려한다고 봤다. 한국은 이러면서도 북한의 정정 혼란이나 체제 교체가 한국에 미칠 후폭풍을 우려, 북한 체제 교체에는 중국과 입장이 같다고 지적했다.

◆ "미국, '대테러전'으로 대응"=도널드 헬먼 워싱턴주립대 국제정책연구소장은 "미국은 아시아 정책과 대북 정책을 전 세계 전략의 파생물로 다뤄 왔다"고 비판했다. 부시 행정부는 9.11 이후 '테러와의 전쟁'의 일환으로 북핵 문제에 접근하고 있으며, 이런 독트린은 북핵 해결에 실질적 가이드 라인을 제공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 "일본, 극우파가 일어선다"=기무라칸(木村幹) 고베대 교수는 "일본 극우파들은 북한의 핵 위협을 극우 이데올로기를 정당화하며 대중의 지지를 얻어내는 기회로 이용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알렉세이 보가트로프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국제안보연구소 부소장은 북핵 위기와 이로 인한 미.일동맹 강화에 대해 "일본이 군사적 영향력을 확대하면 중국 역시 군비 증강에 나선다"며 "중국의 군사력 확대는 러시아에도 위협이 된다"고 도미노 효과를 우려했다.

◆ 6자회담 어떻게 되나=전재성 서울대 교수는 "핵 보유를 선언한 북한은 6자회담에 나올 경우 미국에 구두약속 수준이 아닌 보다 구체적인 체제 보장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했다. 3차 6자회담 때 모든 핵 프로그램의 폐기와 이에 따른 단계적 지원이라는 미국 제안을 거부했던 북한이 4차회담에서 얼마나 타협적 태도를 보일지 의문이라는 것.

또 4차회담에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면 미국은 중국에는 경제제재와 유엔에서의 대북 제재 동참을, 한국에는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 참가 등을 요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하용출 위원장은 북핵과 인권.무역 등 동북아 현안을 공동 연구하는 '동북아시아 연구소' 설립을 제안했다.

금강산=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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