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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류〃에 공감…스튜디오 밖의 장면 많아 신선『꽃바람』|프로의 무게는 있었지만 시사성 약해 아쉬움『제2도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KBS-2TV의 매일연속극『꽃바람』이 인기를 끈다. 상처를 입었거나 과거가 있을 듯 싶은 여주인공들과 투쟁적이고 의지력이 센 남 주인공과의 삼각관계- 거기에 2차적 인물들을 내세워 극적 구성을 두텁게 하는 프로트의 분산 등의 처리법이 드라마의 형식에 어울린다.
이런 정형적인 패턴이 시청자의 관심을 모으는 필요조건이라면, 흥미를 유발하고 드라마에 쉽게 흡인시키는 충분조건은 따로 있다.
말하자면, 대개의 시청자에게 잠재하는 이른바 중류의식을 기조로 한 상황전개가 공감대를 넓혀 실감나게 하고, 우리 드라마의 주무대가 되는 응접실이나 식당 중심의 도식을 깬, 스튜디오 밖의 장면들이 신선감을 준다.
또 완전히 소화해낸 배역들의 연기력과 신인등용의 성공-기성이미지가 없는데다가 연기가 찬찬하여 시청자에게 인물부각을 쉽게 융화시킨다.
여기에 말재간이 아닌 일상적 대화형식의 대사 등을 꼽을 수 있겠는데, 모두 드라마의 새로운 경향의 섭취와 역량 있는 연출이 잘 조화된 결과일 것이다.
그러나 남녀의 애정모럴에 도덕적 책임의식을 강조하거나 리듬을 잃은 일상적인 웃음거리의 삽입은 삼가는 것이 좋겠다.
○…MBC-TV의『스포츠뉴스』는 고정캐스터의 해박한 경기지식과 TV중계에 걸 맞는 화법을 토대로 차분하게 끌어가 인기인데 곁들인 화면은 이를 뒷받침해 주지 못해 아쉽다.
이를테면 23일과 24일의 경우 서독오픈탁구대회 소식에 따른 화면은 다른 대회에서 열렸던 엉뚱한 선수의 게임모습이었고 또 마닐라의 데 배 예선소식의 필름도 지난번MBC가 주최한 서울대회 때의 것으로 얼버무렸다.
필름입수의 어려움 탓이겠으나 최소한 출전선수가 담긴 화면이거나, 자막으로나마 그 사정을 알리는 게 옳을 것이다.
○…MBC-TV의『제2도약으로 가는 길』은 보도국의 팀웍과 역량을 과시한 작품일 것이다.
첫째, 4시간이 넘는 대작이라 지만 총72명의 인터뷰어의 등장, 1회 평균 2백50개를 웃도는 화면구성과 10장 안팎의 도표활용 등의 제작규모.
둘째, 관·재계정상 기업대표 학자 외국인 주부 등을 망라한 회견, 헬리콥터 안과 어선, 동남아의 고무농원과 강원도어촌까지 뻗친 취재범위.
셋째, 현실국면을 파헤쳐 시청자와 함께 문제를 생각하고 당국의 정책의지를 소개한 뒤 문제극복의 결의를 다지겠다는 단순구조의 TV적 논리의 정곡성.
넷째, 우리 경제 규모의 실상과 외국과의 비교수치로 인상깊게 우리자세를 정리시켜간 점들이 그것이다.
회견인사가 책임자급이라는 데서 프로의 무게를 더했거니와 취재기자의 성실한 해설은 설득력을 크게 했다는 공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아쉬움도 있다.
이를테면 제작상의 타이밍 탓이겠으나 지난 14일에 발표된「경기회복 대책」이 참고되지 않아 시정성이 약해졌고, 풍부한 화면은 중복된 것 말고도 커트수가 많아 번잡한 느낌을 주었을 뿐 아니라 빈번한 화면의 변화가 해설시청에의 집중력을 흐리게 했다.
또 이런 경파보도물에 따른 전문용어의 사용이 난해성 탓으로 이해의 폭을 좁게 하였고 단조롭고 생경한 리듬의 음악은 정서적인 표현구실을 해내지 못한 것 같다.
신규호<방송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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