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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사람] 허동화 자수박물관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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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육사에서 배운 강인한 정신력이 문화예술인으로 성장하는데 큰 바탕이 됐으며, 앞으로 자수(刺繡) 분야의 남북 교류를 위해 힘쓰겠습니다."

육군사관학교 총동창회(회장 박세직)가 제정한 '올해의 육사인상' 수상자로 선정된 허동화(許東華.77) 한국자수박물관장이 28일 밝힌 소감이다.

육사 9기 출신으로 6.25 전쟁에 참전한 뒤 1957년 소령으로 예편한 許관장이 군인의 길과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대표적 규방문화(閨房文化)인 자수에 뛰어든 것은 60년대 초반.

당시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許관장은 서울 인사동 고미술상가를 지나다 우연히 한 점포에 전시돼 있던 8폭짜리 화조도(花鳥圖) 자수병풍을 보고 매료됐다.

許관장은 "한국의 독특한 미학과 고뇌, 한(恨) 등이 배어있는 그 병풍을 보는 순간 시선을 떼지 못했다"며 "그 이후부터 40년 동안 자수와 보자기가 있다면 전국 어디든 마다 하지 않고 찾아갔다"고 말했다.

이렇게 모은 규방문화 유산이 3천여점에 달하자 그는 사재를 털어 서울 논현동에 자수박물관을 열고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

전시 작품 중에는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사계분경도(四季盆景圖.보물 653호) 등 보물 2점을 비롯, 국보급 민속자료가 여러점 포함되어 있다.

한편 평생 수집한 불화와 민화 1백여점을 국립중앙박물관 등에 기증하기도 했던 許관장은 다음달 19일 전국박물관인대회에서 제6회 '올해의 자랑스런 박물관인상'도 받는다.

이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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