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경묘한 삭감 … 뿌리 내린 백 우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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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강 본선 C조 3라운드> ○·박정환 9단 ●·이창호 9단

제7보(51~62)=바둑은 대략 50~60수에 이르면 어떤 바둑이나 차이가 없어진다. 고대 중국의 싸움 바둑으로 두건, 1930년대 신포석을 택하건, 최근의 유행으로 두어보건, 서로 다를 게 없다. 포석에서만 창조적인 실험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명인들은 말했다. “50수 즈음엔 승부를 보는 눈이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하면 60수 언저리에선 반상이 어느 정도 결정된다는 말이겠다.

56. 이 수가 이 바둑의 운명을 결정하는 착수였다. 하변 흑진에 대한 경묘한 삭감책이기도 해서 흑은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

‘참고도’를 보자. 1(실전 56)이 적절한 삭감의 급소였다. 왜 그런가. 보통은 2에 받아두어야 한다. 2는 언제나 필쟁처. 하지만 지금 국면에선 3이 멋들어진 감각이다. 주변 백돌이 세모 형상으로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었다. 1·2 교환이 흑a 반격을 사전에 약화시키고 있음도 주목하자.

바둑은 전쟁. 전쟁은 반발. 반발 없이는 승부 없다. 57 반발할 수밖에 없는데, 58~62가 흑에게 아팠다. 62로 백은 변에도 뿌리를 내렸다. 안정된 형상이다.

백이 우세한 국면이다. 전체적으로 흑집은 발전성이 없다. 반면에 백은 좌변과 상변이 아주 넓다. 좌변은 백A, 흑B가 백의 권리이기 때문에 흑이 침입할 자리가 없다.

문용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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