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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모멘텀 살리기 … 역대 최저 '전시금리'로 낮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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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5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국은행 본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정례 회의를 시작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강정현 기자]

한국은행이 경기부양을 겨냥해 두 번째 화살을 쐈다. 15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연 2.25%인 기준금리를 2%로 0.25%포인트 낮췄다. 역대 최저다. 지난 8월 0.25%포인트 인하한 데 이어 두 번째다. 첫 화살이 경제 주체의 위축된 ‘심리’를 겨냥했다면 두 번째 화살은 우울한 ‘지표’를 향했다.

이날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8%에서 3.5%로 0.3%포인트 내렸다. 기획재정부나 국제통화기금(IMF)이 예상한 3.7%보다 더 암울한 전망이다. 내년 성장률 예측치도 4%에서 3.9%로 낮췄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통위 후 기자회견에서 “석 달 전에 봤던 것보다 경기 성장의 모멘텀(추동력)이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이를 살리려면 지금 금리를 내리는 게 옳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돌려 말했지만 그간 한은이 경기 상황을 오판해왔음을 인정한 셈이다.

이날 7명의 금통위원 가운데 이 총재를 비롯한 6명이 금리 추가 인하에 찬성했다. 성장률뿐 아니라 물가도 아래쪽을 가리키고 있어서다.

 연 2%의 기준금리는 5년 전 금융위기 때 썼던 ‘전시(戰時) 금리’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한국 경제가 타격을 입자 한은은 5.25%였던 기준금리를 2%까지 낮추며 통화 수혈에 나선 적이 있다. 이 금리는 2009년 2월~2010년 6월 17개월간 유지됐다. 4년여 만에 기준금리가 사실상 ‘하한선’까지 내려간 데는 녹록지 않은 외부 상황도 한몫했다. 과거보다 여건은 더 나쁘다고 볼 수 있다. 당시엔 전 세계 주요 중앙은행이 위기 앞에 보조를 맞췄다. 지금은 각자도생으로 내달리고 있다. 유럽·일본은 경기를 살리기 위해 양적완화(돈 풀기)를 불사하겠다며 ‘환율전쟁’에 불을 붙이고 있다. 이와 달리 경기가 살아나고 있는 미국은 금리 인상 시기를 놓고 저울질에 들어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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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은이 ‘선물’을 안겼지만 시장 반응이 덤덤하다 못해 냉담한 건 이 때문이다. 코스피는 떨어졌고 원화값은 하락하긴커녕 되레 올랐다.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시중에 풀리는 돈이 늘어 원화가치가 떨어지는 게 보통이다. 시장의 관심은 한은보다 미국과 유럽을 향해 있기 때문이다.

KDB대우증권 김학균 투자전략팀장은 “미국이 양적완화 종료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이 국내 증시·환율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외국인은 미국이 저금리를 유지하면 신흥국 주식 비중을 늘리고 반대의 경우엔 주식을 파는 방식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있다.

증권가에선 오는 28~29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때까지는 불확실성이 이어질 거라고 보고 있다. KTB투자증권 채현기 연구원은 “금리 인하가 주가의 바닥을 단단히 다지는 효과는 있지만 강한 상승 요인이 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벌써 한은의 세 번째 화살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성장률이나 투자심리 부진을 해결하기 위해선 단기간에 화력을 집중해 전환점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2% 아래의 ‘가보지 않은 길’은 보수적인 통화당국으로서도 부담스럽다. 아이엠투자증권 임노중 투자전략팀장은 “보통 금리 인하가 실물경기에 영향을 미치는 데는 6개월 정도의 시차가 필요해 좀 지켜보려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여기에 주요 선진국과의 금리 차이가 좁혀지면서 국내 채권 등에 들어와 있던 해외 자금이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결국 최대 변수는 다른 중앙은행의 움직임이다. 우리투자증권 박종연 연구원은 “유럽중앙은행(ECB)이 미국식 양적완화를 시도한다면 국내에서도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현숙·이한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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