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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경찰서, 방화동 살인사건 피의자 구속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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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칫 미궁으로 빠질 뻔한 서울 방화동 살인사건 피의자들이 7개월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지난 3월 조선족 김모(48)씨로 하여금 K건설업체 사장 경모(59)씨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하도록 한 혐의(살인교사)로 S건설업체 사장 이모(54)씨를 구속했다고 15일 밝혔다. 경찰은 경씨를 직접 살해한 김씨와 김씨를 이씨에게 소개한 브로커 이모(58)씨 역시 각각 살인과 살인예비음모 혐의로 구속했다.

김씨는 지난 3월 20일 오후 7시 20분쯤 강서구 방화동의 한 건물 1층 계단에서 K건설업체 사장인 경씨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김형식 서울시의원이 연루됐던 내발산동 재력가 살해 사건과 마찬가지로 이번 사건도 원한에 의한 청부살해로 드러났다. 그러나 교사범이 브로커를 통해 생활고에 시달리는 조선족을 고용한 ‘이중청부’ 형태인 점은 차이점이다.

경찰에 따르면 S건설업체 사장 이씨는 2006년 K건설업체와 경기도 수원의 아파트 신축공사와 관련해 70억원짜리 토지매입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S건설은 아파트 건설 시행사인 K건설을 대신해 토지를 매입해 주는 하청업체였던 셈이다. 하지만 계약된 부지의 매입을 모두 끝내지 못해 결국 계약이 파기됐다. 이 때문에 재산상 손실을 본 이씨와 경씨는 이후 서로 보상하라며 각종 민·형사상 소송을 냈고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

S건설업체 사장 이씨는 이와 관련한 계약금 관련 소송 1심에서 승리해 K건설업체의 경씨로부터 5억여원을 공탁받았지만 2심에서 판결이 뒤집히는 등 상황이 복잡해지자 이씨는 K사의 소송을 담당하는 직원을 살해하기로 마음먹었다는 것이다. 이씨는 30여년을 알고 지낸 지인이자 세계 킥복싱ㆍ무에타이 연맹 이사인 이씨에게 “4000만원을 줄 테니 살인을 실행에 옮길 사람을 알아봐 달라”는 부탁을 했다.

부탁을 받은 이씨는 해당 직원의 사진과 차량번호 등을 조선족인 김씨에게 전달했다. 김씨와 이씨 두 사람은 중국에서 체육관련 행사로 알게 돼 8년간 친분을 나눠왔다고 한다. 김씨는 한국에 살고 있던 가족을 만나러 2011년 국내로 입국했지만 단순노무가 불가능한 F-4 비자를 받은 터라 돈벌이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가 브로커 이씨의 청탁에 손쉽게 넘어간 이유다.

김씨는 직원 주변을 맴돌며 살해 기회를 노렸지만 이 직원이 K사를 퇴사해 계획은 실패로 돌아갔다. 그러자 S건설업체 이씨와 공범인 브로커 이씨는 “경씨 측에서 자꾸 소송을 걸어 비용도 많이 나오고 회사 손해가 많다”며 범행대상을 직원 대신 사장 경씨로 바꿨고, 결국 김씨는 경씨를 살해했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범행 일체를 시인했으나 교사범 이씨와 브로커 이씨는 모두 혐의를 전면 또는 일부 부인하고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김씨가 범행 대가로 받은 돈은 착수금 1500만원과 범행 후에 받은 1600만원을 합쳐 모두 3100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조선족이 낀 청부살해 사건 피의자들을 검거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날 중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채승기 기자 che@joongang.co.kr
[영상=강서경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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