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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저커버그, 5개월 새 세 번째 만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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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4일 오후 서울 삼성 서초사옥을 나서고 있다(왼쪽).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오른쪽)는 이날 오전 서울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두 사람은 이날 저녁 임원단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며 양사간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두 사람은 15일에도 비공개로 만날 예정이다. [뉴시스]

이재용(46) 삼성전자 부회장과 마크 저커버그(30)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14, 15일 이틀간 비공개 회동을 연이어 갖고 모바일사업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한다.

 글로벌 CEO가 이틀 연속 만나 사업을 논의하는 건 이례적이다. 두 사람은 지난 6월 저커버그가 삼성 본사를 방문해서, 7월엔 미국 아이다호주 선밸리에서 열린 ‘앨런앤코 미디어 컨퍼런스’에서도 만났다. 세계 최대 전자업체인 삼성전자와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업체인 페이스북간 협력에 가속도가 붙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14일 오전 7시 전용기로 김포공항에 도착한 저커버그는 오후 7시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본사를 방문해 이 부회장과 만찬을 겸해 회동했다.

 이날 만찬에는 신종균 삼성전자 IM(IT·모바일)부문 사장과 페이스북의 2인자인 셰릴 샌드버그 최고운영책임자(COO) 등 양사의 핵심 임원들이 함께 했다. 15일 회동 뒤엔 저커버그가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회동 내용에 대해 삼성 관계자는 “전략적인 부분이 있어 말하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삼성은 15일 회동 이후에도 별도의 대외 브리핑을 하지 않을 방침이다.

 다만 삼성과 업계의 분석을 종합하면 양사는 웨어러블(착용가능 기기)·헬스케어·스트리밍·모바일결제 분야에서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페이스북의 콘텐트를 삼성전자의 모바일 기기에 특화 또는 최적화해 서로가 ‘윈-윈’ 하는 게 큰 그림이다.

 헬스케어 분야의 경우 삼성이 헬스케어 관련 모바일 기기를 개발하고, 페이스북이 소프트웨어를 통해 정보 제공 또는 정보의 유통 통로가 되는 모델이 가능하다. 특히 인도·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국가들을 방문하고 있는 저커버그와 별도로 샌드버그가 미국에서 와 회동에 합류했다는 점, 샌드버그 이외에도 전략·기획 부문 임원 등 ‘대규모 방문단’을 꾸렸다는 점도 지금까지의 만남과 다른 점이다. 협력 방안과 관련한 실질적인 논의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을 뒷받침한다. 실제로 ‘삼성-페이스북 동맹’은 여러모로 시너지가 난다는 게 양측 당사자와 업계의 평가다.

 페이스북은 온라인, 특히 모바일 광고시장을 빠르게 확장시킬 수 있고 삼성전자는 사물인터넷 시대를 대비해 전세계 13억 명의 페이스북 가입자를 마케팅 창구로 활용할 수 있다. 페이스북 관계자는 “우리가 PC광고 시장에서는 구글에게 뒤진만큼 모바일 시장을 확장해야하는데 그럴려면 모바일기기·가전 등 강력한 하드웨어 파트너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은 최근 메신저 서비스 업체인 ‘왓츠앱’을 인수하는 등 모바일 결제 시장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이 역시 삼성전자의 모바일 기기는 물론 모바일용 보안 솔루션 ‘녹스’와 협력할 여지가 많은 부분이다.

 삼성도 얻을 게 많다. 당장 페이스북이 지닌 막대한 개인정보는 향후 삼성이 빅데이터 기반 사업을 하는 데 큰 자산이 될 수 있다. 또한 페이스북과 함께 새로운 시장에서 플랫폼이나 운영체제(OS)를 만들 경우 구글에 대한 소프트웨어 의존도를 낮추는 돌파구가 될 수 있다. 구글과의 ‘3각 관계’가 양사의 협력에 전략적인 기폭제가 되고 있는 셈이다. 앞서 삼성과 페이스북의 1차 합작품으로 가상현실 헤드셋인 ‘삼성 기어VR’을 내놨다. 이 제품은 올 2월 페이스북이 2조원을 투자해 사들인 오큘러스가 주축이 돼 만들었다.

 이를 위해 지난 6월 삼성전자의 홍원표 미디어솔루션센터 사장과 이철환 무선사업부 개발담당 사장 등은 페이스북의 댄 로스 등 핵심 인사들을 만나 협의했다. 오큘러스는 조만간 기어VR 전용 게임인 ‘VR 퀘스트’도 출시할 예정이다.

이소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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