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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 시대의 불, 공부하다 전투할 수 있게 군복 입혀|한국은 96년 전에 이화학당 학생들이 다홍색 한복 입어|일제 들어서 남학생은 군복 같은 옷에 빡빡 머리로 통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교복의 기원은 프랑스의「나폴레옹」시대. 평상시 공부를 하다가도 전쟁이 일어나면 군인으로 나설 수 있도록 모든 학생들에게 군대복장을 하게 한데서 비롯됐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교복역사는 9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886년 이화학당학생들이 똑같은 다홍색치마 저고리를 입고 다니면서부터 시작됐다.
배재 학당 남학생들도 l896년부터 단발령에 따라 짧은 머리에 통일된 교복을 입었다. 군복을 닯은「쓰메·에리」교복이 등장한 것은 1909년 경신 중 졸업식 때였다. 한복바지 저고리에 검정두루마기도 통용됐다. 이 무렵 여학생들은 흰 저고리에 검정치마가 일반적인 교복이었고 학교구별을 위해 치마아랫 단에 흰줄을 두르기도 했다.
1920년대 들어 양식교복이 보편화되었고 일제 때부터는 새까만 군복형 교복에 둥근 모자로 획일화됐다. 이는 일제가 학생군사교련과 전시동원의 편의를 위해 마련한 시책이었다. 그후 몇 차례 약간의 변형을 거듭, 오늘에 이르렀다. 상의는 해군복을 본떠 5개의 단추를 달았고 하의는 바지 통이 넓은 해군복스타일이나 육군 복 비슷한「당꼬」바지도 통용됐다. 여학생은 사립에서는 한복으로 통일해 입기도 했지만 공립에서는 세일러복과「몸빼」로 통일됐다.
이때 마련된 준 군복의 교복과 교모·머리모양이 지금까지 계속돼 온 셈이다.
남학생은 빡빡 깎은 중머리에 검은 모자·검은 교복·노란색단추 5개, 가슴엔 이름표, 그리고 여학생은 단발머리에 갈색 세일러복·흰 칼라가 일제가 물러간 뒤 지금까지도 중·고생의 제복과 머리스타일로 계속 지켜져 왔다.
교복에도 유행의 물결은 있었다. 남학생바지는「망꼬」스타일에서 나팔바지·맘보바지·통바지 등으로 변천을 거듭했다. 6·25직후에는 군 작업복에 검정 물을 들여 입는 유행도 있었고 60년대 국산복지의 고급화는 고급양복지가 교복 감으로 대중화되는 길을 더 놓기도 했다.
남학생들은 상의를 어깨에 심을 넣어 딱 벌어지게 입기도 했고 모자는 일부러 찢고 구겨 구두약을 발라 광택을 내기도 했다. 60년대 초부터 하복은 천편일률적인 검정바지·흰 셔츠에서 소창지의 회색계통 하의와 푸른색 남방도 등장했다.
여학생교복도 약간의 변화를 보여 상의기장이 허리에 겨우 닿는 짧은 것도 나왔고, 스커트의 길이와 폭이 약간의 차이를 보이다가 겨울에는 바지를 입을 수도 있도록 까지 됐고, 플레어스커트도 등장했다. 그러나 근본적인 변화는 없었다.
69년에는 중학교평준화로 시도별 교복이 통일됐고 78년에는 여름·겨울모자구분, 반코트외투권장과 함께 남학생머리는 스포츠형, 여학생은 단발 외에 갈래머리 묶기·쇼트커트 등 이 허용됐다.
교복자율화가 본격적으로 거론된 것은 79년 12월 김옥길씨가 문교부장관이 되면서부터였다. 당시 김 장관은 중-고생교복의 모양을 학교자율에 맡기고 머리모양을 남학생은 스포츠형, 여학생은 만발·편 발에 쇼트커트까지 허용했다.
이번의 자율화는 두발모양을 완전 자율화하고 학교 나름으로 통일된 교복제도자체를 폐지해 근본적인 개혁을 한 셈이다. <권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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