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영화 '유관순' 언니 … 지금도 마이크 잡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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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카메라 앞에 섰다는 문지현씨. 하지만 금세 ‘얼짱각도’를 찾아 촬영에 적응했다. [김상선 기자]

지금도 고학력 연예인은 대중의 눈길을 끌지만 40년 전에는 엄청난 관심거리였다. 이화여고 3학년이던 1972년 영화 ‘유관순’(1974년 개봉)의 주연을 맡은 뒤, 74년 고려대 교육학과에 입학했던 문지현(60)씨가 그랬다. 78년에는 평점 4.5점 만점에 평점 4.13으로 대학 전체 수석 졸업을 하고 대학원에 진학했다. 이후 DJ·MC 등으로 방송활동을 이어가다 82년 미국 LA 유학길에 올라 또 한번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가 22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14일 오후 6시 고려대 화정체육관에서 열리는 ‘총장초청 74학번 입학 40주년 기념 모교방문’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미국으로 건너간 뒤에도 그는 현지에서 방송활동을 꾸준히 이어갔다고 했다. “방송을 한다는 건 제겐 중요한 일이에요. 그 영향력을 아니깐.”

 88년 남가주대(USC)에서 교육학 박사과정을 수료한 뒤, LA 거주 한인들을 대상으로 한 TV·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진행자로 활약했다. 92년에는 가수 이장희씨가 설립한 라디오 코리아에 몸담기도 했다. 지금도 매주 토요일 2시간짜리 라디오 음악프로그램을 진행한다. 94년에는 현지에서 스튜디오를 열었고 현재 홀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88년 당시 박사과정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면 대학 교수가 됐거나 아니면 지금보다 더 유명한 방송인이 됐을 것이다. 하지만 그에겐 ‘만약 한국이었다면’이란 가정보다 인생 2막의 설계가 더 중요한 듯 보였다. “이민자의 삶이란 게 외롭고 힘들어요. 문화적으로 척박한 상태이기도 하고. ” 3년 전 유망한 교민예술가를 후원하는 한미희망재단을 만든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는 궁극적으로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언어 교육, 직업 훈련을 받을 수 있는 학교를 LA에 설립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자 88년에 못다 쓴 교육학 박사학위 논문이 눈에 밟혔단다. “사람은 꿈꾸기를 멈추는 순간 늙는다고 하잖아요. 꿈을 성취하기 위해 노력해야죠.”

 그는 14일 행사에서 국문과 출신으로 같은 74학번인 주철환 아주대 교수와 사회를 본다. 따로 원고를 준비 안 했지만 여유 넘치는 표정이다. “제가 가진 달란트(재능)인 거죠.”

글=위문희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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