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슨, 워터게이트 터지자 펠트 의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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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1974년 사임한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과 그의 보좌진은 워싱턴 포스트(WP)에 의혹이 보도될 당시부터 마크 펠트 당시 연방수사국(FBI) 부국장을 의심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사실은 CNN 방송이 2일 공개한 백악관 녹음기록에서 드러났다. 녹음 날짜는 72년 10월 19일이다. 이에 따르면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던 H R 할데만은 닉슨에게 "우리가 펠트를 압박하면 그는 모든 것을 털어놓을 것"이라며 '딥 스로트(deep throat:익명의 내부 제보자)'로 펠트를 지목했다. 닉슨이 "펠트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라고 반문하자 할데만은 "펠트를 기소할 수는 없다"는 백악관 고문 존 딘의 말을 보고했다. 이어 펠트를 아이오와주의 오툼와로 전근시키자고 건의했다. 이에 닉슨은 "그 놈을 어떻게 하면 좋지"라고 대꾸한 뒤 해법을 찾아볼 것을 지시했다. 할데만은 나중에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18개월간 복역하게 된다.

이 대화가 녹음된 시점은 닉슨 재선을 위해 비밀리에 활동하던 공작반이 민주당 전국위원회 사무실에 침입한 워터게이트 사건이 발생한 지 4개월여가 지났을 때였다. CNN은 73년 2월 28일에 녹음된 백악관 테이프도 이날 같이 공개했다. 여기에는 워터게이트 사건을 둘러싼 모든 진실을 펠트가 공개할 가능성에 대해 닉슨이 딘 고문과 나눈 대화가 들어 있다. 이 대화에서 닉슨은 "만일 펠트가 모든 것을 까발리면 그 자신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까. 모든 사람들이 그를 아주 천한 놈으로 취급할 거야"라고 말했다.

딘은 "펠트가 그렇게 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해 닉슨을 안심시켰다. 펠트는 그해 FBI에서 은퇴했다.

한편 WP 인터넷판은 2일 닉슨이 80년 열린 연방법원 심리에서 얼떨결에 딥 스로트인 펠트를 옹호하는 증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펠트는 무장 반전단체 관련자의 집에 대한 불법수색을 승인했다는 이유로 78년 기소됐었다. 닉슨은 "FBI 국장과 참모진은 국가 안보를 위한 사안인 경우 영장 없이 무단침입을 명령할 권한을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위임받았다"고 증언했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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