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수의 비즈북스] 안전벨트 효용이 제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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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우리가 상식이라고 생각하는 관행과 현상들은 과연 얼마나 합리적일까.

예를 들어 우리는 안전벨트를 의무화하면 교통사고 사망률이 줄어든다고 알고 있다. 실제로 안전규정과 각종 안전장치들은 개별 운전자가 사고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을 높여 사망자수를 감소시킨다. 그러나 동시에 운전자가 안전장치를 믿고 무모한 행동을 하도록 부추겨 사망사고를 늘리는 효과도 있다. 미국의 실증연구에 따르면 이 두 효과는 대략 비슷해서 상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규정을 강화한 이후 더 많은 사고가 발생했고, 사고당 사망자수는 줄었지만 전체 사망자수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 만일 바람부는 날 실수로 떨어뜨린 1만원짜리 지폐를 쫓아가 잡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당연히 줍는 것이 이득이다. 정확히 말하면 손해보지 않는 일이다. 그러나 사회 전체로는 날아가도록 그냥 두는 것이 경제적으로 이득이다. 누군가가 주웠다면 내 돈 1만원이 이전된 것이므로 사회 전체로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 만일 아무도 찾지 못하는 곳으로 날아갔다면 1만원의 화폐가 시장에서 퇴장한 셈이어서 1만원에 해당하는 물가하락 효과가 있다. 역시 득실이 상쇄된다. 여기서 포인트는 돈을 잡는데 드는 노력이다. 돈을 잡으려고 뛰어가는 불편을 30원의 비용이라고 가정하면 돈을 다시 되찾으면 사회 전체적으로는 30원의 손실이 발생한다. 그대로 두었으면 아무런 변화가 없지만 쫓아가서 잡으면 세상은 30원어치만큼 가난해진다.

이런 사례들은 별 것 아닌 이야기로 치부해도 그만이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을 이해하는데 훌륭한 길잡이가 될 수 있다.

미국 로체스터대학의 수학자이자 경제학교수인 스티븐 렌즈버그는 주변의 사소한 현상이나 엉뚱한 인간행동에 대한 경제학적 설명을 '런치타임 경제학'(329쪽, 바다출판사)에 풀어놨다. 책의 이름은 저자가 점심시간에 대학 근처의 커피숍에서 다른 경제학자들과 가진 토론모임에서 따왔다. 이들의 토론주제는 '왜 극장의 팝콘값은 비싼가'에서 '재정적자와 정부차입이 과연 나쁜가'에 이르기까지 끝없이 이어진다.

이 책에 나오는 사례들은 '재활용에 반대하는 이유'처럼 대부분 우리의 상식이나 직관에 어긋난다. 그러나 저자의 논리를 따라가다 보면 사물의 외피속에 감춰진 본질의 일단을 접할 수 있다. 논리에 대한 집착이 지나치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겠지만, 지적인 호기심을 해소하면서 엄밀한 추론을 위한 두뇌훈련을 한다고 생각하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을 수 있다.

김종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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