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시의 엄살과 유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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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카치」뉴욕시장은 기회 있을 때마다 유엔기구 때문에 뉴욕시 살림이 쪼들린다면서 연방정부에 특별지원금을 요청하고 있다. 특히 매년 9월부터 열리는 총회기간중에 세계각국으로부터 유엔을 방문하는 저명인사의 경호문제로 경찰의 열손이 달리고 가뜩이나 복잡한 뉴욕의 교통체증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불평이다.
그러나 뉴욕시가 외교관의 면세특권에 의한 세금미수와 경찰의 경호경비로 지출한 돈을 모두 합쳐봐야 겨우1천5백만달러(1백5억원)에 지나지 않음이 밝혀져 국제기구와 각국 공관을 유치한 뉴욕시가 오히려 단단히 수지를 맞추고 있다.
현재 뉴욕시에는 유엔본부와 그산하 전문기구가 사무실을 내고있고 1백57개 회원국과 6개업저버국가들이 대사급 상주공관을 열고있으며, 이와는 별도로 93개국의 총영사관이 개설돼있다. 이들 외교단의 식구는 약 3만5천명.
외국공관이 쓰고있는 경비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공공건물을 신축하거나 대사관저를 구입하는 경우 공관식구의 증가와 봉급등 경비인상, 빈번한 각종 파티와 국제회의등등 결국 뉴욕시의 관련업계와 그돈을 거의 흡수하고 있다.
최근 뉴욕시청의 유엔위원회가 조사한 내용을 보면 유엔기구와 각국공관이 뉴욕시의 재정을 축내고 있다는 지금까지의 불평이 전혀 엄살이었다는 것이 드러났다.
이같은 불평은 외교사절이 공판이나 주택을 구입 또는 임대할 때 세금을 내지않고 또 물건을 구입할 때도 면세혜택을 받으며 자동차의 주·정차위반에 대한 벌금을 전혀 내지않는다는데 있다.
또 유엔을 방문하는 외국의 요인들을 경호하기 위해 뉴욕경찰은 쉬는날이 없고 그 경비는 결국 시민의 세금에서 지출된다는 불평이다.
그러나 유엔위원회의 조사로는 주·정차위반 벌금면탈액은 1백82만달러(12억7천4백만원)로 전체위반건수의 1%에 지나지 않으며 또 일반면세혜택은 1천2백20만달러(85억4천만원)로서 수입에 비해서는 무시해도 좋은액수였다.
뉴욕시가 재미를 보고있는 동안 유엔은 거의「메아리없는 산울림」같은 회의를 거듭해왔다. 제36차 유엔총회도 18일부터 크리스머스 휴회에 들어감으로써 「발트하임」사무총장의 10년도 조용히 막을 내렸다.

<김재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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