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오랜만에 참 총리 노릇" - 여"경거망동 말고 자숙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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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가 여당이고 어디가 야당인지 모를 정치권의 논평이 잇따라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이해찬 국무총리가 대통령 측근과 사조직의 부패가능성을 언급한데 대해 한나라당은 이 총리를 잔뜩 치켜세웠고, 열린우리당 내부에서는 이 총리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온 것이다.

[패러디] 대권워즈-강적의 등장

이 총리와 '견원지간'이던 한나라당은 '오랜만에 이 총리가 총리노릇을 했다'고 평가한 반면 열린우리당에서는 '경거망동'이라며 이 총리의 자숙을 요구했다.

한나라당 전여옥 대변인은 3일 이 총리가 전날 대통령 측근과 사조직 부패 가능성에 대해 언급한 데 대한 논평을 내고 "정말로 오랜만에 이해찬 총리가 총리 노릇을 했다"며 이 총리를 두둔하고 나섰다.

전 대변인은 "대통령의 '형님'부터 '오른팔', '왼팔', '동지', '선생님' 등이 총동원된 부적절한 관계에 의한 부적절한 처신으로 온 나라가 쑥대밭이 되다시피 했다"며 "사조직까지 발호한다면 나라는 거덜이 날 형편"이라고 경고했다.

전 대변인은 또 "대통령 측근이 '오일게이트'로 60억원을 떼이게 만들고 행담도를 둘러싸고 이상한 사람들이 대규모 프로젝트를 주물렀다"며 "이 상황에서 사조직까지 발호하면 이 나라는 어떻게 되겠느냐"고 말했다.

앞서 한나라당은 지난해 10월28일 정기국회 대정부질문 답변과정에서 이 총리가 "한나라당은 차떼기당"이라고 하자 '야당 폄하발언'이라고 발끈, 2주간 등원을 거부했고, 이 총리의 '사의(謝意)' 표명 이후에도 줄곧 "총리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한편 열린우리당 염동연 상임중앙위원은 이날 이 총리가 대통령 측근과 사조직의 부패 가능성을 언급한데 대해 "이 총리가 경거망동하고, 총리로서 품행이 단정하지 못하다"고 정면 비판했다.

염 위원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이 총리야말로 참여정부의 영광과 권력을 다 누린 실세 중의 실세이고, 측근 중의 측근"이라며 "그런데 대통령의 측근들이 무엇을 잘못했다고 그런 말을 했는지 의아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염 위원은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에 공헌을 세운 호남지역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당 지도부인 염 위원이 이 총리에 대해 직격탄을 날린 것을 계기로 지난달 말 열린우리당의 무주 워크숍을 계기로 증폭되고 있는 당정간 정책갈등이 일파만파로 확산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염 위원은 "이 총리가 언급한 대통령의 측근들은 악역을 자처하고 비판의 대상이 된 것밖에 없는데 권력을 남용한 사례가 있다면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라"며 "측근들이 권력을 농단했다면 막강한 권력을 가진 총리의 책임이 아니고 누구의 책임이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참여정부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자유스러운 사람이 없다"며 "정권의 레임덕을 부채질하려는 (외부의) 불순한 의도에 이 총리까지 흔들리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염 위원은 또 최근 정부가 발표한 자영업자 대책이 여론의 반감을 사고 있다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앞으로 구두닦이도 허가를 내야 하나"라고 꼬집은 뒤 "민생에 결정적인 타격을 준 총리는 자숙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디지털뉴스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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