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의 전선을 잊지 말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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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해가 저무는 길목에서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할 일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영하의 전선을 밤낮없이 지키는 장병들의 노고는 잊을 수 없다. 국토방위는 모든 국민의 의무이긴 하지만, 동절의 추위 속에 서 후방의 국민들은 특히 전선의 병사들에게 감사와 격려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한반도정세는 잠 시의 영일도 없는 듯 요츰은 북괴군의 기동훈련에 때맞추어 미 7함대까지 긴급 출동했다. 미국무성 과 국방성은 북괴의 동계군사훈련이 『과거에 비해 동원된 숫자가 최대규모』이기 때문이라고 그 이 유를 실명한다. 그렇다고 『특별히 이상한 움직임』 은 없지만 어쨌든 7함대의 긴급출동까지 불러온 한반도 사태는 잠시도 경각심을 늦출 수 없음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더구나 지금 평양은 중공 수상 조자양일행의 방문을 맞고 있으며 조는 북괴의 통일노선을 지지하고 미군의 한국주둔을 비난하 고 있다. 조의 평양체류와 때를 맞추어 7함대가 출동한 것이 과연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는 좀더 깊 은 분석을 필요로 하지만 한반도사태는 여전히 긴장의 연속임을 실감케 한다. 22일 열린 전군주요지 휘관 회의에서도 북괴는 『불투명한 국제정세기류에 편승해서 공세적 군사력을 강화함으로써 한국내 에 불안을 조성』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 8월에는 북괴 미그 21기 2대가 백령도 상공에 침투했다가 우리 공군기가 출동하자 북으로 도주한 사건이 있었다. 또 최근에는 양로, 연천, 금화 북방휴전선에서 아군담소를 향해 발포하는 도발도 있었다. 결국 이와 같은 일련의 작태는 우리의 사회불안을 노린 불장난으로 볼 수 있으며 이런 술책은 다가오는 86년 아시안게임과 88년 올 림픽 게임을 방해하기 위해 더욱 노골화할 소지마저 지니고있다. 이와 같은 도발을 미리 막고 한반 도사게의 안정을 유지하는 일차적인 책임이 바로 휴전선에 포진한 우리 국군에게 부여돼있다. 60만 국군은 한반도정세의 유동화를 막는 최첨단의 방패인 것이다. 족책 너머의 어떤 동쟁도 국민의 안위 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들은 30도를 오르내리는 영하의 추위 에도 움츠러들 수가 없다. 해마다 세모를 당해 모든 국민이 전선의 장병에게 따뜻한 격려를 보내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더우기 이들은 직접적으론 모든 국민의 아들이요, 형제이고 간접적으론 국토 와 국민을 지키는 국방력의 화신이다. 우리가 북에 대해 대화를 호소하고 평화정착을 위한 외교시책 을 펴는 것도 국력에 대한 자신감의 소산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으며 바로 이 국력의 총합적 상징이 국군인 것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때에 세모를 당했으니 과거처림 흥청거릴 수도 없거니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이들의 노고를 생각할 땐 더더구나 그렇다. 이들에게 마음의 정을 보내고 검소한 세모를 지내며 나라의 주변상황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국민된 도리의 하나임에 틀림없다. 또한 엄 동설한에 설지의 삭풍을 이겨내야 하는 이들의 바람도 똑같을 것이다. 이들에게 귀중한 것은 국민과 의 연화감이지 그 어떤 물질적 보상도 아니다. 전선의 장병에게 보내는 국민의 성원과 격려, 그리고 국민에게 보내는 장병들의 신뢰와 책임감이 교차할 때 영하의 전선에는 혜풍이 들수도 있으며 한반 도 주변의 파고가 그리 높지만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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