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청에 요즘 무슨 일이…] 이 총리 "측근·사조직 발호 막아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이해찬 총리는 2일 "지금부터가 이른바 (대통령) 측근이나 사조직이라는 것이 발호하지 못하도록 관리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국가정책과정 초청 조찬강연에서다.

이 총리는 "정권 중반으로 넘어가다 보니 (정권이) 끝나기 전에 한몫 해먹어야겠다는 세력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것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며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유념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총리의 발언은 이광재 열린우리당 의원(유전개발 의혹), 정찬용 전 청와대 인사수석, 문정인 전 동북아시대 위원장(행담도 개발 의혹) 등 대통령 측근이 각종 의혹에 연루된 사실이 드러난 민감한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배경이 주목된다.

그는 또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철도공사의 유전개발 의혹, 도로공사의 행담도 개발 의혹과 관련해서도 중요한 언급을 했다. "권력형 비리는 아닌 것 같다"면서 "업무 처리 과정에서 분수를 못 지킨 결과"라고 정리한 것이다.

이 총리는 "동북아시대위원회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추천서를 써 준 것은 본분이 아니며 본분을 안 지켜서 의혹을 받는 것"이라고 했다. 또 유전 의혹에 대해서는 "철도공사가 유전사업에 손댄 것은 합리적이지 않고 그래서 국민들의 의혹이 커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총리는 "앞으로 모든 부분들이 자기의 본령을 지킬 수 있도록 총리가 직접 정리해 나가겠다"고 했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 측근들 문제뿐 아니라 부처와 각종 위원회들이 제 역할과 본분에 충실하도록 총리가 보다 적극적으로 챙기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에 대해 총리실 관계자는 "통상적인 차원에서 정권 중반기가 되면 나타날지도 모르는 누수현상에 대한 우려와 경고일 뿐"이라며 "특정한 사안이 포착됐거나 특정 인사를 지칭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냥 표현 그대로 받아들여달라"고 했다. 정치적인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이 총리가 민정수석까지 거론하면서 경고음을 낸 데 대해 일각에선 "또 다른 측근들이 개입된 의혹 사건의 구체적 정황이 포착된 것이 아니냐"고 긴장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정권 중반기에 들어서며 자칫 흐트러질지도 모르는 국정운영 분위기에 긴장감을 불어넣기 위해 이 총리가 노 대통령 대신 총대를 멘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강갑생.박수련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