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비트 반도체 만들 길 찾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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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1조 비트 반도체를 개발할 수 있는 핵심 기초기술이 한.미.스위스 공동 연구팀에 의해 개발됐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신소재공학과 김상욱 교수는 미국 위스콘신주립대, 스위스 폴시러 연구소와 공동으로 나노(10억분의 1m로 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 1) 소자를 원하는 모양으로 자동 조립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3일자 사이언스지에 발표됐다. 이에 따라 2015년께나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테라(1조)비트급 반도체의 극미세 회로와 다층 구조 등을 마음대로 조절해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기술은 하드디스크 개발에도 응용할 수 있다. 테라비트 반도체는 손톱 크기의 반도체 하나에 500쪽짜리 대학 교재 100만 권을 저장할 수 있는 초대용량이다. 지금 주로 사용하는 기가급 반도체의 1000배에 해당한다.

이 기술의 원리는 이렇다. 우선 전자회로용 기판에 미리 'ㄱ'자 또는 'o' '. ' 등 원하는 모양의 미세한 홈을 파놓는다. 다음엔 플라스틱의 성질을 가진 나노 소자를 이 기판 위에 뿌리면 나노 소자들이 홈 속으로 자동으로 정렬해 들어간다. 미리 홈을 파는 게 김 교수가 개발한 기술의 핵심이다.

지금까지는 나노 소자들이 기판 위에서 제멋대로 흩어지는 바람에 이 나노 소자들을 초고집적 반도체 개발에 사용하려 해도 원하는 선이나 점의 형태로 만들기 어려웠다.

일본 도시바, 미국 IBM 등도 나노 소자를 이용한 초고집적 하드디스크 등을 개발하고 있지만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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