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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클립] Special Knowledge <547> 가을 약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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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신진호 사회부문 기자

가을이면 몸에 좋은 약용 식물을 찾아 들과 산을 누비는 등산객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봄과 여름을 거치면서 충분한 영양분을 머금은 약재를 채취할 수 있는 계절이기 때문입니다. 약재를 주제로 한 축제도 주로 가을에 열립니다. 감기치료에서부터 보약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용도에 쓰이는 자생 식물들을 알아봅니다.

전 세계의 다양한 문명은 전통적으로 식물을 약으로 써 왔다. 그 중엔 단지 ‘생김새가 인간의 신체기관과 비슷하다’는 이유로 효험이 있다고 치부된 식물도 있다. 하지만 상당수는 실제 병을 다스리는 효과가 있다. 인류는 오랜 체험을 통해 이를 터득했고, 현대에 이르러서는 과학이 입증했다. 식물의 ‘2차 대사산물’이란 것이 치료와 건강 증진 효과를 낸다. 2차 대사산물이란 식물의 기초적인 생존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병충해 같은 것에 더 강하게 만들어주는 기능을 하는 화합물이다. 일종의 진화의 산물인 셈이다. 국내 식물 중에도 사람에 이로운 2차 대사산물을 가진 식물들이 많다. 2차 대사산물은 대체로 뿌리과 열매에 많이 있다.

① 비자나무 전북 내장산 이남에서 제주도까지 분포하는 상록수다. 빛이 적은 곳에서도 자라는 ‘음수(陰樹)’로 어릴 때 성장이 느리다. 다 자라면 높이 25m, 둥치 지름 2m에 이른다. 꽃은 4월에 피고 열매는 9~10월에 익는다. 껍질은 급체와 마른기침, 가래, 여성 질환, 변비, 탈모, 관절염과 치질 치료 등에 쓰인다. 자궁을 수축시키는 효과가 있어 임신부는 먹으면 안 된다. 열매는 햇볕에 말리거나 생으로 사용한다. 말린 열매를 달여 마시거나 강장제로 생 것을 구워 먹기도 한다. 말린 열매를 달인 물로 머리를 감으면 탈모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익은 열매를 강정으로 만들고, 씨앗에서 기름을 짜 먹기도 한다. 약간의 독성이 있어 많이 먹으면 설사한다.

② 백부자(白附子) 노랑돌쩌귀라고도 부른다. 경기도 전역과 강원도 정선·평창군, 충북 제천시 등에서 주로 서식한다. 높이 1m 가량으로 줄기는 곧게 선다. 7~8월에 꽃이 핀다. 약으로 쓰는 것은 덩이 뿌리다. 이 부분만을 백부자라 일컫기도 한다. 8~9월에 채취해 줄기와 잎, 수염뿌리를 제거하고 덩이 뿌리만 말려 활용한다. 한기와 습기 때문에 생기는 몸의 열을 없애주는 효용이 있다. 안면신경마비나 두통 처럼 얼굴·머리와 관련한 병이나 파상풍 등에 효험이 있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한 번에 1.5~6g 가량을 달여 복용한다.

③ 산작약 국내 전역에 분포하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습기가 많은 토양에서 자라며 5~6월에 붉은 색 또는 연분홍색 꽃이 핀다. 뿌리가 혈압을 낮추고 열을 내려주는 작용을 한다. 뿌리에 함유된 ‘피오니플로린(paeoniflorin)’이라는 물질은 장 경련을 완화해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진통제나 부인병 약으로도 처방된다. 5~9g씩 달여 먹거나 둥근 알약, 또는 가루약으로 만들어 복용한다. 약용이 아니라 관상용으로도 재배한다.

④ 오미자 백두대간에서 경북, 전남까지 폭 넓게 서식한다. 4~6월에 꽃이 피고 8~10월에 신맛인 강한 붉은 송이 열매가 맺힌다. 열매를 말리면 주름이 지면서 검은색을 띤 진홍색으로 변한다. 어린 순은 나물로 먹고 열매는 차로 우려 마신다. 열매에서 다섯가지 맛이 난다고 해서 오미자(五味子)라고 부른다. 10월 하순이나 그 이후 과실이 완전히 성숙했을 때 수확해 열매 껍질을 제거한 뒤 시루에 넣고 쪄서 햇볕에 말린다. 자양과 강장, 진해·거담 효능이 있다. 설사와 땀을 멎게 한다. 폐질환에 의한 기침이나 입안이 마르는 증세, 급성간염 등에도 쓰인다. 환절기 기침과 천식에 효능이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말린 약재를 1~4g씩 달이거나 가루로 빻아 복용한다. 약재를 10배의 소주에 담가 오미자주로 마시기도 한다.

⑤ 구기자 우리나라 전역에 분포하는 높이 4m 가량의 활엽수다. 꽃은 6월에서 9월까지 핀다. 1.5~2.5㎝ 긴 타원형의 붉은 열매를 9월 말에서 10월 중순 사이에 수확한다. 열매 바깥은 쭈글쭈글하고, 속에는 황색을 띤 씨가 들어 있다. 열매와 씨에는 베타인(betaine)·제아잔틴(zeaxanthin)·카로틴(carotene)·티아민(thiamine)과 비타민 A·B1·B2·C 등이 함유돼 있다. 만성간염·간경변증 등에 복용하면 간 기능을 회복시키는 효능이 있다. 허리·무릎이 저리거나 대하 등의 증상에도 효과를 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안과질환으로 인한 시력감퇴, 노인의 백내장 초기 증상에도 많이 사용한다. 구기자를 오래 복용하면 몸이 가벼워지고 기력이 왕성해진다고 한다. 다리·허리 등의 힘이 강해지고 세포의 노화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차와 술로 만들기도 한다.

⑥ 참당귀 사찰 주변에서 잘 자란다고 해서 승검초, 또는 승암초라고도 부른다. 산 계곡의 습기 있는 토양에서 주로 자란다. 여러해살이 풀로 높이는 1~2m 가량이다. 8~9월에 꽃이 핀다. 약용 식물이지만 어린 순은 나물로도 먹는다. 뿌리를 그냥 ‘당귀’라고 부른다. 가을에서 이듬해 봄 사이에 채취해 햇볕에 말려 사용한다. 말린 약재를 2~4g씩 물에 천천히 달이거나 가루로 빻아 복용한다. 당귀를 먹으면 사랑하는 사람이 돌아온다는 속설이 있다. 혈압을 떨어뜨리고 흥분억제에도 효능이 있다. 한방에서는 보혈을 할 때 다른 약재와 같이 처방한다. 생리통과 산후조리·혈액순환장애·빈혈·통증완화 등에 널리 쓰인다. 참당귀를 우린 물에 목욕을 하면 피부가 좋아진다고 한다.

⑦ 주목(화솔나무) 제주도와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자생한다. 다 자라면 높이가 17~20m, 둥치 지름 1m에 이른다. 열매는 붉고 씨는 수분이 많은 연한 과육에 둘러싸여 있다. 단맛이 나기 때문에 아이들이 즐겨 따먹기도 한다. 열매뿐 아니라 잎과 껍질까지 약으로 쓴다. 열매는 가을에 채취한 뒤 그늘에 말려 사용하기 전에 잘게 썬다. 말린 약재를 1회에 3~8g씩 200㏄의 물에 뭉근하게 달이거나 생즙을 내어 복용하는 게 보통이다. 잎에서 자라는 균체가 항암작용을 한다고 알려져 암치료제로 활용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콩팥의 기능을 원활하게 하고, 목마름을 없애주며, 혈당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생리불순과 당뇨병에도 쓰인다.

⑧ 녹나무 남부지방과 제주도에서 주로 자란다. 나무는 높이 20m, 지름 2m로 열매는 둥글고 지름 8㎜가량이다. 10~11월에 검은색으로 익는다. 5~6월 중 어린 가지의 잎 겨드랑이에 꽃이 달리는 데 흰색에서 노란색으로 변한다. 죽어가는 환자를 녹나무 가지와 잎을 깐 방에 눕히고 불을 때면 살아난다는 얘기도 전해 온다. 제주도 녹나무의 경우 껍데기를 약으로 쓰면 효능이 좋다고 알려져 수난을 당하기도 했다. 제주도 도순리의 천연기념물인 녹나무가 바로 이런 효능을 보고자하는 이들 때문에 결국 고사했다. 생잎을 차로 끓여 마시고 목욕물에 잎을 띄워 이용하기도 한다. 잎을 잘 말려서 하루 2~3잔 가량 차로 마시면 몸과 마음이 편하게 가라앉아 숙면을 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환절기나 감기에 걸렸을 때 마시면 기침과 가래를 제거해주는 효과를 볼 수 있어 제주도에서는 ‘감기를 치료하는 나무’라고 부르기도 했다. 향긋한 냄새 때문에 실내에서 관상용으로 키우기도 한다.

⑨ 묏대추나무 100~500m 고지에서 주로 자라며 우리나라 전역에 분포한다. 중국에서도 2500년 전부터 재배했다는 기록이 있지만 원산지는 우리나라다. 국내에서는 3~4세기부터 열매를 식용과 약용으로 썼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나무의 높이는 10m 가량이며 열매는 1.5~2.5㎝ 가량으로 9~10월에 암갈색으로 익는다. 먹을 수 있지만 대추에 비해 과육이 적다. 열매는 건조 가공한 뒤 사용한다. 약효는 대추와 비슷한데 중국에서는 부작용 없는 강장제로 알려져 있다. 한방에서는 불안증과 불면증, 어지러움, 식은땀 치료에 처방한다. 껍질은 설사를 멎게 하고 열을 내리는 데 사용된다. 뿌리 역시 열을 내리고 발모를 촉진하는 데 주로 쓰인다.

⑩ 속새 제주도와 강원도 이북에서 주로 자라는 다년초다. 높이 30~60㎝ 가량으로 꽃이 피지 않는 게 특징이다. 성질이 강인해 숲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물이었지만 약용으로 마구잡이 채취를 하면서 점차 모습을 감춰 이젠 깊은 산 속에서만 발견되고 있다. 줄기 전체를 약용으로 쓴다. 여름과 가을에 걸쳐 뿌리를 제외한 부분을 채취해서는 굵기에 따라 다발을 만들어 그늘이나 햇볕에서 말린다. 해열과 이뇨·소염 효능이 있고, 대장염과 장출혈·인후염 등의 증세를 치료하는데 쓴다. 악성종기의 치료약으로도 사용한다. 3~9g 가량을 달여서 복용하면 되고 악성종기를 치료할 때는 말린 약재를 곱게 가루로 빻아 환부에 뿌린다. 다량을 복용하면 중독 증상이 생겨 설사를 하게 된다.

신진호 사회부문 기자
자료·사진=산림청·국립산림과학원,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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