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주식 최소 5년 보유 작년 46위서 1위에 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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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비결이요? 좋은 주식을 사서 오랫동안 깔고 앉는거죠.”

 3분기 펀드평가에서 전체 운용사 중 수익률 1위(14.79%)를 한 이정복(존 리·사진) 메리츠운용 대표의 설명이다. 지난해 평가에서 이 회사는 47개 운용사 중 46위(-3.67%)를 했다. 메리츠운용이 1년도 안 돼 꼴찌에서 1등이 될 수 있었던 데에는 지난해 말 취임한 이 대표의 역할이 컸다. 그는 연세대를 중퇴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15년간 ‘코리아 펀드’를 운용했던 펀드매니저 출신이다. 당시 한 번 담은 종목은 평균 7~8년 이상 보유해 수익을 내는 투자방식으로 유명했다. 이 대표는 취임 후 자투리 펀드를 모두 정리하고 주식형에선 ‘메리츠 코리아’ 펀드를 포함해 딱 두 개만 남겼다. 사무실도 금융회사가 몰려있는 여의도를 벗어나 북촌의 한 빌딩 반지하로 옮겼다.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 3분기 수익률 1위를 했다. 비결이 뭔가.

 “1800개가 넘는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중에서 10년 뒤 가장 돈을 잘 벌 것 같은 70여 개 회사를 담는다. 그렇게 고른 종목을 적어도 5년 이상 갖고 있겠다는 생각으로 보유한다. 주가의 단기적인 움직임이나 일시적인 투자 트렌드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벤치마크를 따라가기 위해 대형주를 일부러 담거나 중소형주 비중을 낮추지도 않는다. 나는 이 철학을 20년 이상 지켜왔다.”

 - 70여 개 회사를 어떻게 고르나.

 “펀드매니저들이 기업을 두더지처럼 파고 다닌다. 목표는 제2의 삼성전자로 성장할 수 있는 기업을 찾는 것이다. 경영진의 역량과 사업 모델이 지속가능한지 여부를 주로 본다. 경쟁기업을 살펴보기 위해 중국 출장도 자주 간다. 매니저 중에 중국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세 명이다. 주식을 살 때는 내가 이 회사의 동업자가 되겠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주가가 단기간에 10~20% 올랐다고 해서 주식을 파는 동업자를 본 적 있나.” 

 그는 미국 시절, 삼성전자 주식을 2만원대에 사서 15년 가까이 보유해 높은 수익을 냈다. 이 대표는 “배당금 등을 합치면 100배 이상 벌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지금의 메리츠 코리아 펀드는 삼성전자·현대차를 전혀 갖고 있지 않다.

 -삼성전자·현대차를 사지 않은 이유가 있나.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나쁜 기업이라서가 아니다. 다만 10년 뒤에 지금의 삼성전자보다 더 돈을 잘 벌 수 있는 기업을 고르는 것 뿐이다. 산업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예전에는 제조업이 우리의 경쟁력이었지만 이제는 중국을 이길 수 없다. 넘겨줄 산업은 넘겨주고 인터넷이나 바이오·금융 같은 서비스업에서 새로운 삼성전자를 찾아야 한다. 모든 선진국이 이런 과정을 겪었다.”

 - 서비스업에서 그런 회사가 나올 수 있을까.

 “알리바바나 카카오톡 같은 기업이 단기간에 이렇게 성장할 줄 누가 알았겠나. 지금은 사람들이 잘 모르는 기업이 성장해 10년 뒤에는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권을 차지할 것이다.”

 - 아모레G·호텔신라 같은 중국 소비 수혜주를 많이 담고 있다. 주가가 단기간에 너무 오른 것 아닌가.

 “중국처럼 큰 시장이 바로 옆에 있다는 건 엄청난 기회다. 한국을 찾는 관광객이나 중국 내수시장에 팔아먹을 수 있는게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주가가 단기적으로는 폭락할 수도 있겠지만 길게 보면 계속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좋은 주식을 골라 장기보유할 수 있다면 10배~20배 버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삼성전자 주가도 20여 년간 100배 이상 오르지 않았나.”

 - 코스피가 최근 다시 주춤한데.

 “나는 시장전망 같은 건 하지 않는다. 단기적인 주가 움직임을 맞추는 건 신의 영역이다. 다만 지금이 주식을 사기 좋은 때라는 건 분명하다. 한국 주식은 지난 몇년간 전혀 오르지 않았다. 주가는 싼데 사람들이 주식투자에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어 주식에 손을 대지 않는다. 지금처럼 시장이 공포에 질려있을 때가 투자할 적기다.”

  이한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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