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켓벗고 셔츠 걷은 박원순 "왜 맨날 우리끼리만 모이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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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이 12일 서울 금천구청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서울시당 주최 당원 토론회에 참석했다.

시·도당 단위의 당원 토론회는 지난달 28일 충남도당 주최 토론회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다.

안희정 충남지사의 제안으로 열렸던 지난달 토론회는 '전당원 토론회'라는 새 형식으로 큰 관심을 받았다. 잠재적 대선주자인 안 지사에게도 관심이 쏟아졌다. 충남도당에 자극받은 서울시당도 나서게 됐고,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박 시장이 발제자로 참여했다.

연단에 오른 박 시장은 지금까지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이례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타운홀 미팅에 맞는 자세를 보여드리겠다"며 자켓을 벗고 셔츠의 소매를 걷어올렸다. "형식의 파괴부터 필요하지 않을까"라면서 "이제 좀 스티브 잡스 같아 보입니까"라고 당원들에게 묻기도 했다. 아이폰 대신 빨간 수첩을 든 그는 "난 약속대로 민주당에 입당하면서 밝혔던 원칙이 있다"며 ▶인터넷 정당 ▶현장정치 ▶시민과 전문가의 참여를 강조했다.

"사람들이 누구나 일상적으로 당원으로 활동할 수 있는 인터넷 정당을 투명하고 개방적으로 만들자","고통스럽고 힘든 삶을 사는 시민들의 현장을 알아야 한다","전문가들과 지성인들이 당원으로 기꺼이 가입할 수 있는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격정적으로 새정치연합에 쓴소리를 했다.

박 시장은 "얼마전 정의당 사람을 만났더니 지난 (7·30)재보궐 선거가 끝난 뒤 1000명이 넘는 당원들이 가입했다고 하더라. 그중 30%는 새정치연합이 싫어서 가입했다고 합니다. 이걸 뼈아프게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골수당원들을 빼면 여기 몇명이나 모였느냐. 서울시 1000만인구의 1%인 10만명은 모여야 하는 것 아니냐. 하지만 여기 얼마나 모여있느냐. 여기 청년들이 모여 있습니까. 맨날 우리끼리만 모이지 않느냐"고 했다.

박 시장은 "시장이 되기 전 희망제작소에서 행복설계아카데미를 열었는데, 이 코스를 수료한 600~700명이 저의 강력한 자원봉사 조직이 됐다","새로운 비전의 모임들을 강좌로 만들어 새정치연합의 의원들을 강사로 내세우면 인재들을 축적하는 큰 조직이 될 것이다. 무너진 조직을 다시 세우자는 것"이라고 열변을 토했다.

그러면서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연청조직은 인재들이 똘똘뭉친 강력한 군단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에게 그런 게 있느냐"고도 했다.

'현장 정치'와 관련해선 "최근 서초구 내곡동에 다녀왔더니 민원이 산사태처럼 밀려오더라"며 "시장뿐만 아니라 국회의원과 시의원도 현장을 다녀야 하고, 당도 조직적으로 시민의 삶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새정치연합이 민생을 위한 정책을 끊임없이 발표해야 한다. (당내 싱크탱크인)민주정책 연구원은 도대체 뭐하는 것인가"라고 목청을 높였다.

이지상 기자 ground@joongang.co.kr
[사진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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