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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소스 안 써요~ 현지보다 맛있는 한국적인 태국 맛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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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6호 28면

앞줄부터 시계 방향으로 텃만꿍(다진 새우 튀김) , 커무톳(돼지고기 튀김), 똠얌꿍(매운 새우 스프)

“가장 추천해줄 만한 여행지는 어디인가요?” 자칭타칭 여행 전문가이다 보니 이런 질문을 자주 받는다. 세상은 넓고 갈 곳은 많은데 어디 딱 한 군데만 고른다는 것은 사실 유명 미인대회 입상자 중에서 누가 가장 예쁜가를 골라내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다. 다 나름대로 매력이 있으니까.

주영욱의 이야기가 있는 맛집 <45> 서래마을 ‘디 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그리고 그 지역을 동남아로 한정한다면 가장 먼저 꼽는 곳이 있다. 바로 태국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자주 찾는 여행지 중 하나여서 약간 식상한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그래도 태국은 여전히 멋진 곳이다. 오래도록 지켜온 수준 높은 문화와 역사에서 풍겨 나오는 향기가 있고, 옛것과 새로운 것이 잘 어우러져 있어서 취향에 따라 재미있는 여행을 할 수 있다. 물가가 저렴한 편이어서 누구나 그럴듯하게 누리는 여행을 할 수 있고, 언제나 사람들의 따뜻한 미소가 반겨주는 곳이다. 게다가 무엇보다 음식이 아주 맛있다.

태국은 중국과 인도의 사이에 있는 인도차이나 반도에서도 가장 중심에 있는 나라다. 양대 음식 강국에서 발전된 음식 문화의 영향을 받으면서, 비옥한 평야·바다·고원지대 등에서 풍부하게 나오는 음식 재료를 바탕으로 다채롭고도 화려한 요리의 세계를 만들었다. 태국 요리는 조리법이 간단한 대신 바질·레몬그라스·민트 같은 허브와 라임·마늘·생강·정향 같은 향신료를 많이 사용해 맛이 다양하고 풍성한 것이 특징이다. 사철 더운 나라답게 맵고, 짜고, 신 자극적인 맛이 중심이 됐다. 처음 먹을 때는 맛이 좀 강해서 거부감이 있을 수도 있지만 한두 번 지나면 그 이국적인 맛의 향연에 매료되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나라에도 태국 식당이 꽤 있는 편이다. 그 화려하고 독특한 맛이 그리워질 때면 일부러 찾아가곤 한다. 하지만 내 입맛을 만족시켜주는 곳은 생각보다 찾기가 쉽지 않았다. 너무 태국 본토식이면 맛이 강했고, 너무 한국인 입맛으로 바꾼 음식은 느낌이 약했다. 그 중간 수준이면 좋을 텐데 하던 차에 알게 된 곳이 바로 서래마을에 있는 ‘디 안다만(The Andaman)’이다. 현지화를 하기는 했지만 그 적정선을 잘 지켜서 정통의 맛을 잃지 않은 곳이다.

이곳은 스위스 호텔학교에서 만난 서른 여섯 동갑내기 동창생 차성제, 아마릿 아이관니치(Ammarit Aikwanich) 두 사람이 동업으로 운영하고 있다. 학교 졸업 후 각각 한국과 태국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가 우리나라에서 함께 태국 음식점 비즈니스를 하기로 의기투합했다. 아마릿씨의 아버지가 푸켓에서 레스토랑을 오랫동안 운영했는데 그 레스토랑의 수석 요리사 중 가장 실력이 좋은 두 사람을 초빙해 주방을 맡겼다. 그중 한 사람은 경력이 무려 40년이 넘은 최고 베테랑이다. 그리고 2013년 9월 문을 열었다.

맛있는 음식의 기본은 신선함이다. 이곳에서는 냉동하거나 미리 만들어 놓은 음식을 쓰는 것이 아니라 신선한 재료를 이용해서 직접 만든다. 음식에 들어가는 소스도 시중에서 파는 것을 쓰는 것이 아니라 모두 만들어서 사용한다. 그래서인지 소스의 향은 풍성하고, 음식들은 다 맛이 잘 살아있다.

내가 태국 음식 중 가장 좋아하는 ‘똠얌꿍(Tom Yam Goong)’을 예로 들어 보자. 새우를 넣고 끓인 매운 스프인데 세계 3대 스프 중 하나로 유명하다. 이곳에서는 코코넛 밀크에 레몬그라스를 갈아 넣고 라임, 고추 등을 이용해 국물을 직접 만든다. 공장에서 만든 파우더를 쓴 것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맛이 좋고 생생했다. 새우살을 다져서 돼지고기 살과 함께 버무려 튀겨낸 ‘텃만꿍(Tod Mun Goong)’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우면서 고소하게 씹히는 감칠맛이 일품이다. 매일 재료를 준비해서 만들어 내기 때문에 팔 수 있는 양이 한정되어 있다고 한다. 신선한 재료를 중요하게 여기는 요리사의 철학이 느껴져서 더욱 신뢰가 갔다.

베테랑 태국인 쉐프가 만들어내는 태국 음식을 맛보고 싶은 분이라면, 태국 여행에서의 이국적인 음식들이 생각나는 분들이라면 이곳이 좋은 선택이 될 것 같다. 굳이 태국까지 가지 않아도 충분하다. 아니다… 아마도 공연한 여행 ‘뽐뿌’ 때문에 태국 생각이 나서 벌써 비행기 표를 알아보려고 클릭을 시작한 분들도 있을 것 같기는 하다.

▶디 안다만(The Andaman): 서울시 서초구 반포4동 95-12 전화 02-537-1997. 월요일은 휴일이다.
푸켓이 안다만 해에 있어서 그 이름을 따서 지었다. 똠얌꿍 1만7000원, 텃만꿍 1만5000원

주영욱 음식·사진·여행을 좋아하는 문화 유목민. 마음이 담긴 음식이 맛있다고 생각한다. 경영학 박사. 베스트레블 대표. yeongjyw@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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