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교섭의 재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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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일본의 대한안보협회 60억달러에 관한 한일교섭은 안보협회의 당위성에서 그동안 두나라의 입장이 맞서 왔다. 그래서 지난9월의 한일각료회의는 사실상의 결렬로 막을 내리고 안보협회의 액수에 관한 교섭은 착수조차 되지 못한채 오늘에 이르렀다.
그러나 지난 11월말「스즈끼」(영목선행)내각의 개편으로 외상이「소노다」(원전직)에서 「사꾸라우찌」(앵내의웅)로 바뀌면서 한일교섭재개의 움직임이 활발해져 요즘 들어서는 외상회담을 통해 안보경협을 정치적으로 타결하자는데 의견이 접근하고 있는것은 두나라를 위해서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지난4일「사꾸라우찌」외상과 최경록주일한국대사가 만났을 때만해도 일본측은 내년1월 외상회담을 열되 그전에 실무급회담을 통해서 아직 타결을 못짓고있는 일본의 81년도 대한엔차관부터 협의하자는 입장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그건 우리입장에서보자면 본말이 뒤집힌 JRJT이었다. 한국이 요청하는 안보경협 60억달러는 5년에 걸쳐 해마다 12억달러의 액수인데 그걸 제쳐두고 1억이나 2억달러밖에 안되는 단년도 엔차관을 논의하자는 것은 우리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접근방법이었다.
다행히도 일본의 새내각출범이후 양쪽외상들이 상대국 대사들과의 일련의 협의를 가지면서 의견차를 좁혀왔다. 그결과 일본은문제의 그 핵심이라고 볼수있는 안보협회의 당위성에 관해서는 이를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자세를 고쳐잡고, 한국측은 외상회담의 준비를 겸한다는 조건으로 실무자회담을 여는데 의견을 모으고 있는 것같다. 지금의 전망으로서는 내년1월부터 60억달러 안보경협에 관한 본격적인 교섭이 시작되어 내년5월로 예정되어있는 「레이건」-「스즈끼」회담까지는 대체적인 합의를 볼수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일본으로부터의 60억달러를 필요로하는 우리의 5개년계획은 새해 1월부터 시작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측 입장으로서는 교섭을 한없이 끌어갈수도 없는 일이다.
미국은 한동안 안보경협에 관한 한일교섭이 내심으로 잘 되기만 바랄뿐 어느 한쪽의 입장을 두둔하는 의사표시를 삼가왔었다. 그러나 한일각료회의의 사실상의 결렬을 보고는 「홀드리지」국무차관보(아시아·태평양담당)가 10월28일 일본은 한국이 동북아시아안보에 기여하고 있는바를 고려하여 한국의 안보경협요청을 진지하게 검토할 것임을 우리는 자신한다고 한마디 했다.
「홀드리지」가 그런 말을 한것은 워싱턴의 일본협회 모임에서였는데 표현은 외교적이고 완곡하지만 일본에 전하고자 하는 의사는 분명한 것이다. 물론 우리는「레이건」행정부가 「홀드리지」의 입을 빌어 한국 입장을 공식으로 지지했다는 이유때문에 일본이 입장을 굽혀야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홀드리지」가 밝힌 미국의 동북아시아안보관은 이지역에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모든 나라에 통한 상식이라는 점을 일본이 잊지말아야 한다는 의미에서 「홀드리지」를 인용한 것이다.
지난 여름 서울·동경간의 격론이후 우리는 충분한 냉각기를 가졌고 한일교섭에서 자주 비생산적인 바람을 일으키던 「소노다」외상도 물러났다.
원래 외교교섭은 시간을 끌수록 어느한쪽이 이득을 보게마련이다. 그러나 한일교섭만은 유일한 예외다. 교섭의 결렬을 어느쪽도 바라지 않는 일이다.
양측의 교섭대표들은 심기일전한 자세로 두나라의 공동이익과 지역안보를 위해서 성의있는 교섭에 임하여 안보경협을 늦어도 내년봄까지는 타결할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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