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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수산궁전 참배도 빠지고 37일째 안 보이는 김정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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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노동당 창건 69주년을 맞은 10일 평양은 들뜬 분위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당 서열 1위(제1 비서)인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공백 때문이다. 지난해만 해도 그는 0시에 맞춰 핵심 간부들과 김일성·김정일 시신이 있는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았다. 하지만 올해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 간부만 보였다.

 김정은의 공개 활동 중단은 이날로 37일째다. 지난달 3일 공연 관람 후 행적이 묘연하자 추측이 난무한다. 지난달 말 중국 네티즌 사이에선 북한 군부의 쿠데타설까지 나왔다. 이번 주에는 “김정은 전용기가 베이징(北京)에 도착했다”는 얘기도 나왔지만 확인 결과 고려항공 정기편이었다. “수술 실패로 뇌사에 가까운 상태”란 소문도 이어졌다.

 하지만 대북 정보 관계자는 “건강 문제가 있지만 심각한 상태는 아니다”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프랑스와 중국·러시아의 의료진이 평양에 들어갔지만 김정은의 발목관절을 수술한 수준이란 얘기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지난 8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평양 동북방에 김정은이 머물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중국 관영 언론인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 역시 8일자 사설에서 “평소와 다른 일이지만 중대한 정치적 변고가 일어난 신호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물론 김정은의 공개활동 중단이 장기화되면 문제가 발생할 소지는 있다.

 집권 3년차인 김정은 체제는 안정기에 접어들었다고 보긴 어렵다. 특히 다음달 중순은 고모부인 장성택을 ‘반국가혐의’로 체포(12월에 공개처형)한 지 1주년이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당 창건 기념과 참배행사도 못할 정도라면 권력층은 물론 주민들이 리더십에 의문을 제기하며 동요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북한도 건강이상설 차단에 주력하는 분위기다. 노동신문은 연일 1면 머리기사를 김정은 ‘동정’으로 채우고 있다. 주로 외국에서 편지·선물을 받거나 노동자들에게 표창을 준 소식이다. 그의 부재(不在)를 드러내지 않으려 애쓰는 형국이다.

 심각한 이상이 아닌 만큼 정부 내에선 김정은이 깜짝 반전을 시도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치료를 마친 김정은이 적정 시점에 건재를 과시하며 등장할 수 있다는 거다. 그럴 경우 위기를 기회 삼아 권력을 굳히고, 체제 결속을 강화하는 조치가 잇따를 수 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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