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슬럼가인줄 알았는데…그보다 더 무섭고 놀라운 사진의 정체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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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더미가 어지럽게 널린 뒷골목, 녹슨 철조망에 덕지덕지 붙은 전단지들, 폐허로 변한 창고에 버려진 자동차. 사진에서 풍겨오는 음산한 분위기에 뉴욕 슬럼가를 떠올리는데 사진 속으로 불쑥 나타난 손가락! 사진 속에서 본 모든 게 실제처럼 보이는 미니어처였다.

손가락의 주인공은 이 풍경을 제작한 일본의 미니어처 아티스트 사토시 아라키(45)다. 그는 스스로를 '초 잡식성 디오라마 빌더'라고 소개한다. 디오라마(Diorama)란 미니어처로 제작한 모형과 배경으로 특정 장면을 구성하는 것을 말한다.

아라키의 작품들은 도시의 풍경 속에서도 어둡고 주목받지 못하는 것을 담고 있다. 발길이 잘 가지 않는 뒷골목, 유리가 깨져 버려진 자동차, 녹슬고 부식된 오토바이 등이 주 소재다. 모두 일상에서 한 번쯤은 지나쳤을 사물들이다.

그의 작품에 사실성을 불어넣는 것은 바로 '정교함'이다. 실제로 쓰레기의 구겨지고 얼룩진 부분, 철제 물건들의 녹슨 형상을 표현하는 데 많은 신경을 쓴다고 한다. 미니 카, 미니 오토바이에 못이나 칼로 흠집을 내고 페인트를 벗겨 그만의 스타일을 만들어낸다.

거리의 아스팔트 바닥이나 무너져내린 콘크리트 건물은 특수 재료를 이용한 것 같지만 놀랍게도 일반 스티로폼 판으로 제작한다. 진짜 콘크리트의 질감을 살리기 위해 두드리고 색칠하기를 반복했을 뿐이다.

아라키는 폐허가 된 곳이나 전쟁의 현장 등 무너져내리고 주목받지 못하는 것들에 의미를 부여해 '버려진 것들에 대한 재조명'을 하고 있다.

배예랑 중앙일보 온라인 인턴기자 baeyr0380@joongang.co.kr
사진=사토시 아라키 페이스북, 공식 블로그(arakichi.blog.fc2.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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