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력을 팝니다"|비근로자, 73만이 해외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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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필리핀이 세계에서 손꼽히는 노동력 수출국으로 부상, 해외진출로 짭짤한 재미롤 보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도 25만명이 해외로 진출할것으로 보이며 총계로는 73만여명에 달해 필리핀경제를 지탱해주는 큰 기둥이 되고 있다.
이같은 근로자의 해외진출러시는 경제불황으로 국내에서 취직하기가 어려운데다가 정부가 외화획득을위해 해외진출을 적극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진출의 직종도 가정부에서부터 일반노동자·기술숙련공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들은 세계 곳곳에 퍼져 있다.
홍콩에서는 영어를 말할줄 아는 필리핀 가정부가 인기이며 중동과 미국의 건설현장에서도 필리핀 노동자들이 많다.
필리핀노동자들의 해외진출이 본격화한것은 72년부터 그후 해마다 숫자가 늘어나 79년에는 20만명이 출국했다. 올 1월부터 8월말까지만도 17만명이 나갔고 이 추세대로라면 올연말까지는 연간 송출수로는 최고인 25만명에 달할것으로 보인다.
또 금년에 고용계약이 끝나 귀국하게되는 12만8천명을 제외하면 해외체류 노동자수는 73만4천5백명에 달한다.
지역별로는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중동이 25만명으로 가장 많고 다음이 아시아 (특히 흥콩)·유럽·아프리카·미국의 순.
필리핀노동자의 해외진출이 크게 늘어나는 이유는 국내의 실업률제가 꼽힌다.
80년의 실업률은 5.4%로 실업자수가 약66만명. 인구70명가운데 1명꼴이다.
이때문에 민간해외취직알선회사가 우후죽순격으로 생겨 짭짤한 재미를 보는 반면 악덕업자도 나타나 피해를 주는 경우도 흔하다.
이처럼 해외진출이 활발하자 필리핀정부는 75년에 해외고용개발청을 세워 본격적인 인력진출을 추진, 지금까지 7만3천명의 송출을 알선했다.
이같은 해외인력진출로 필리핀은 국내실업문제를 해결하고 외화획득에 큰 도움을 받고있다. 76년부터 올8월까지 필리핀노동자들이 벌어들인 노임은 22억달러에 달한다. 그러나 해외기업으로부터 받은 알선료나 해외공사에 따른 시멘트·철강수출등 노동력 수출로 벌어들인 돈을 합치면 80년에만도 14억달러에 이르렀으며 올해는 20억달러가 될것이라고 한다.
필리핀의 8월말 외화보유고(금제외)가 22억7천만달러임에 비추어 어느정도의 비중인지 짐작된다.
그러나 문제점이 없는것은 아니다. 전체 해외진출노동자의 26%가 기술자들인데 이를 뒤집어말하면 양질의 노동력이 빠져나가 국제경제전선에 지장을 준다는 이야기도 된다.「오펠」노동장관도 『석유경제기업이나 숙련노동자를 해외에 빼앗겨 문제』라고 지적하기도했다.
또 해외고용주와의 트러블로 노임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일이 자주 생긴다.
이 때문에 필리핀 외무성은 사우디아라비아에 자국노동자를 위한 면사센터를 설립할 준비를 하고 있으며 임금체불에 대비해 국내가족을 위한 일시융자제도도 검토중이다.
이밖에 임금으로 받은 외화의 일부가 국내에 유입돼 암거래되고 있으며 인도·파키스탄·스리랑카 및 중공의 노동자들이 대거 진출해 만만치 않은 경쟁대상이 되고있어 골치를 썩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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