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부결 땐 국민투표 않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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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이 29일 프랑스 남서부 사랑에서 유럽연합(EU) 헌법안 비준에 관한 국민투표를 하고 있다. [사랑 AP=연합]

프랑스에서 29일 실시된 유럽연합(EU) 헌법 찬반 국민투표가 부결될 경우 영국은 향후 국민투표 계획 자체를 취소할 방침이라고 선데이 타임스 29일자가 보도했다. 영국 외교부 관계자는 "프랑스에서 부결된 마당에 영국에서 예정대로 국민투표를 실시하는 것은 EU 헌법안 부결에 대한 책임을 나눠갖자는 뜻과 같다"며 "영국이 그런 부담을 안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또 더 타임스는 프랑스는 물론 6월 1일의 네덜란드 투표에서도 유럽헌법이 부결될 것이라는 전망 때문에 7월 1일 EU 의장국이 될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가 압박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은 EU 헌법안에 가장 부정적인 나라다. EU 헌법안은 25개 회원국이 만장일치로 찬성해야 공식 발효된다. 지금까지 유럽헌법안을 비준한 나라는 독일.오스트리아.그리스.헝가리.이탈리아.리투아니아.슬로바키아.슬로베니아.스페인 등 9개국이며 유럽헌법안을 부결한 나라는 없었다.

프랑스는 독일.이탈리아 등 6개국과 함께 EU의 모태가 됐던 1951년의 유럽석탄철강공동체 협약에 서명한 나라다. 유럽통합을 앞장서 이끌어 온 프랑스에서 먼저 헌법안이 부결될 경우 다른 나라의 투표에서도 부결 도미노 현상이 일어나 헌법안이 폐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네덜란드에서도 국민투표를 앞두고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선 60 대 40으로 반대가 많았다. 반대 여론이 우세한 영국과 덴마크, 폴란드에서도 비준안 통과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4200만 명의 유권자를 가진 프랑스의 국민투표는 한국시간으로 30일 오전 5시에 끝났다. 결과는 30일 오전 중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투표 이틀 전까지의 여론조사에선 반대 여론(55%)이 찬성을 웃돌았다. 반대하는 사람들은 유럽헌법이 너무 친(親) 시장경제적인 요소를 많이 포함하고 있어 프랑스의 사회복지 모델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프랑스가 반대할 경우 회원국의 비준투표가 끝나는 2006년 10월 이후 국민투표가 다시 실시될 가능성이 크다. EU의 공동 외교안보정책이 주요 내용인 1992년의 마스트리히트 조약을 거부했던 덴마크와, EU제도 개혁이 골자인 2001년의 니스조약을 거부했던 아일랜드에서 각각 재투표가 이뤄진 선례가 있다.

런던=오병상, 파리=박경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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