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이준석 재판 "살인에 대한 고의는 전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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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 가족이 세월호에 승객으로 타고 있었어도 아무런 구호조치를 하지 않았을 것 같습니까.”(세월호 유족)
“당시 제가 너무 경황이 없어서…. 가족이 탔더라도 못 했을 것 같습니다.”(세월호 이준석 선장)
8일 광주지법에서 열린 세월호 선원 재판에서 오간 문답이다. 순간 방청석에선 “제 새끼가 탔는데도 구호 안한단다”란 소리가 나왔다.

이날 재판에서 검찰은 이준석(69) 선장을 상대로 피고인 신문을 했다. 처음 이 선장은 잘못을 인정하고 사죄했다. “구호조치 못한 것 인정한다. ‘해경이 와서 어떻게 구조해주겠지’라고 막연히 생각한 것 같다”며 “죽을 죄를 지었다. 잘못했다”고 말했다. “모든 게 나의 무능 때문이다. 여기 있는 선원들도 나 때문에 이렇게 재판을 받고 있다”고도 했다. 하지만 검찰이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한 부분은 부인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했다. “공소사실을 부인하는 건 아니다. 나이도 있고, 공소사실 한 두 개만 인정돼도 교도소에서 나갈 수 없다. 거기에 불평이나 불만도 없다. 다만 살인에 대한 고의는 전혀…. 한순간도 생각한 적 없다.”

이 선장은 “살인 고의말고는 공소 사실을 인정한다는 것이냐”라는 변호인 질문에 “그 부분만 빼놓고는 모든 공소사실 인정하고 처벌받겠다”고 했다. “가족이 탔더라도 구호조치 못 했을 것”이란 말은 이 선장에 대한 피고인 신문 제일 마지막에 나왔다.

그는 “평소 기억력 장애나 치매 증세를 보인 적이 있느냐”는 검찰 질문에 “정신적으로 많이 겪었다”고 했다. “사고 전에도 악몽을 꾸고 헛 것이 보였으나 회사 측에는 말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최경호 기자 ckh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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