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6% 재원 마련해 놓고 자주국방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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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국방부가 2006년부터 2010년까지의 국방 중기 계획을 발표했다. F-15K 수준의 고성능 전투기를 비롯해 조기경보 통제기.차기 호위함 등 10개의 최첨단 무기 도입에 착수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여기에 소요되는 막대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수 있느냐다. 국방부가 추계한 이번 사업비는 12조여원에 달한다. 그러나 5년의 계획기간 내 배정된 사업비는 모두 8000억원에 불과하다. 예산은 고작 6% 남짓 확보한 상태에서 전략 증강 계획을 추진하겠다니 이런 계획이 과연 실현되겠는가. 실현이 안 될 계획을 발표하는 국방부가 한심하다.

국방부는 국내총생산(GDP)의 2.5% 수준인 현 국방비를 매년 증액, 2010년엔 2.7%로 높여 소요 예산을 충당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설득력이 부족한 얘기다. 0.1%포인트를 올릴 경우 국방비는 8000억원 정도 늘어난다고 한다. 그러나 이 증강분은 인건비 등 경상운영비와 기존 전력투자비에도 써야 하므로 신규 전력 투자에 들어가는 몫은 얼마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 예로 5조원이 소요되는 차기 전투기 도입 사업 하나만이라도 제대로 하려면 몇 년이 걸릴지 계산이 안 나온다. 특히 첨단무기는 도입 시간이 오래 걸릴 경우 막상 도입할 때는 '구식'이 될 가능성이 큰 것도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자주국방을 마다할 나라가 어디 있는가. 자주국방을 하려면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우리는 그동안 주한미군 덕에 무임승차를 한 셈이다. 주한미군의 장비만 인수받으려 해도 100조원이 든다는데 그럴 재원이 어디 있는가.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국익을 위해서도 주한미군이 절대 필요한 것이다. 구체적인 재원 마련 대책은 없으면서 자주국방을 외친들 공허한 말장난에 불과한 것이다. 경제력의 뒷받침 없는 자주국방은 국민을 헛갈리게 할 뿐이다. 자주국방을 하려면 이런 점을 희생해야 한다고 지금에라도 분명하게 국민에게 제시하고 동의를 구하라. 그렇지 않으면 말장난 속에 우리 안보만 허물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