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일본, 아시아서 고립되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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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 중국 선전에서 시민들이 히로히토 전 일왕의 초상화를 훼손한 뒤 박수를 치며 가두시위를 벌이고 있다. 초상화에는 ‘그는 전범이다’라고 적혀 있다. [선전 AP=연합]

한국과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격렬한 반일 시위가 미국 등 서구 언론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미국의 뉴욕 타임스는 11일 "일본은 최근 고압적인 외교적 태도를 보여 왔다. 한국과 갈등을 빚은 데 이어 중국과도 관계가 악화하고 있다. 아시아에서 고립적 상황을 맞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김삼훈 유엔대사가 "과거사 문제로 이웃 나라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국가는 세계의 지도 국가가 될 수 없다"고 비판한 대목도 소개했다. 또 "군국주의적 과거사를 미화하려는 일본 교과서 문제는 유엔 상임이사국이 되고 싶어 하는 일본의 미래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스턴 글로브와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 등도 이날 "일본 정부가 정신대 문제와 침략 행위 등 과거의 잘못을 희석시키려는 교과서를 지난주에 통과시킨 뒤 중국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또 ABC와 CNN, FOX TV 등 방송도 중국 내 반일 시위를 10일 하루 내내 현장 화면과 함께 보도했다. CNN은 특히 성난 중국인들이 일장기를 태우고 베이징의 일본 대사관에 돌을 던지는 모습 등을 내보내면서 "일본 대사가 중국 정부에 일본 국민 보호를 위한 강력한 조치를 요구했다"고 전했다.

미 언론들은 이 같은 시위가 1972년 중.일 간 국교가 정상화된 이후 최대 규모라고 지적했다. 특히 중국에서는 시위 자체가 정부에 의해 강력히 통제되고 있음을 지적해 중국 정부가 시위를 방조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한편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지난 주말 중국 곳곳에서 열린 반일 시위는 대다수 중국인이 일본에 느끼는 깊은 적대감과 의구심의 표출이라고 11일 보도했다. 또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은 11일자 1면과 4면 등 2개 면을 할애해 중국 내 반일 시위를 상세하게 보도했다. 신문은 "시위의 폭발은 반일 감정이 팽배한 국민을 중국 정부가 더 이상 통제하기 어렵다는 점을 말해준다"며 "시위대가 일본 관련 시설에 돌을 던질 때 경찰 수천 명이 시위 진압용으로 완전 무장하고도 폭력이 확산되게 방치했다"고 전했다. 또 중국 정부가 대일 관계를 추슬러보려 하지만 시위대의 폭력 행위에 대해 사과는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AWSJ)도 중국 내 반일 시위를 주요기사로 다뤘다. 신문은 "중국 내 반일 시위가 중국 정부에 균형자적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분출돼 나오는 국민의 대일 감정에는 동의하지만 한편으론 경제적으로 중요한 일본과의 관계에서 위험을 안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홍콩의 일부 언론은 "중국 지도부가 민심의 표출을 통해 일본 측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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