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철, "7명의 감독이 바라보는 그 자리에 가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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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명의 감독이 모두 우승을 바라본다. 그 자리에 가겠다."

지난해 김호철(57) 감독은 3년만에 프로배구 현대캐피탈 사령탑으로 돌아왔다. 냉정하게 말하면 결과는 실패였다. 문성민이 빠진 가운데 개막을 맞은 현대캐피탈은 정규시즌 우승을 놓쳤다. 우여곡절 끝에 챔프전 1차전에서는 승리했지만 아가메즈가 발목을 다치는 등 악재가 겹쳤고, 끝내 우승컵을 삼성화재에 내줬다.

절치부심한 김 감독과 현대캐피탈은 독하게 겨울을 났다. 2014-2015 시즌부터 정규시즌이 6라운드(30→36경기)로 늘어나 체력이 중요하다는 점에 포인트를 맞춰 예년보다 강한 체력 훈련을 실시했다. 배구공을 잡는 시간보다 달리는 시간이 길었다. 천안시청 육상팀의 도움으로 주 2회 훈련도 실시했다. 재활훈련 때문에 훈련에 늦게 합류한 문성민은 "선수들의 훈련을 많이 지켜봤다. 러닝 훈련이 정말 강했다. 쓰러진 선수도 있었고, 체중도 많이 줄었다. 얼굴이 다들 많이 탔다"고 했다. 김 감독도 "체력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선수는 훈련에서 제외하고 달리게 했다. 넘어지고, 욕도 했다. 아마 배구장에서 하는 훈련보다 힘들었을 것"이라고 했다.

정신력 강화에도 무게를 뒀다. 현대캐피탈은 지난해 몇 번이나 유리한 상황을 잡고도 마무리를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성근 전 고양원더스 감독과 서거원 대한양궁협회 전무를 초청해 프로와 정신력에 대한 강의도 들었다. 지난 8월에는 중국 전지훈련을 떠나 상해와 절강성 배구단과의 연습경기를 했다. 개막을 앞둔 7일에도 절강성 배구단을 초청해 4세트 연습경기를 치렀다. 구단 역시 유니폼을 3년만에 바꾸는 등 우승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표현했다.

김호철 감독은 7일 캐슬 오브 스카이위커스에서 열린 2014-15시즌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돌아와서 팀을 추스리는 데 시간이 걸렸다. 2~3년 비운 사이 달라진 팀과 내가 생각하는 배구의 차이를 조율했다. 올해는 비시즌 동안 체력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올해 키플레이어는 아가메즈다. 얼마나 많은 득점을 올리느냐보다는 10개의 공격을 해도 100% 성공률을 기록하는 게 더 낫다"고 했다. 라이트 박철우가 빠진 삼성화재에 대해서는 "박철우가 빠져도 삼성화재는 강하다. 충분히 그 점에 대해 준비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목표는 우승이다. 7명의 감독 모두 우승을 바라보지만 자리는 하나다. 그 자리에 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지난해 겪은 시행착오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고백했다. 그는 "지난해에는 다른 팀에 맞춘 배구를 했다. 삼성화재를 상대할 때는 그 팀에 맞추고, 대한항공전에서도 그 팀에 초점을 맞췄다. 시즌이 끝나고 나니 우리 색깔이 전혀 없었다. 올해는 상대팀이 우리를 이기기 위해 연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체력이 첫번째고, 두번째는 세터들이 좋은 기량을 갖췄지만 팀을 끌어갈 수 있는 부분을 늘리는 것이 과제다. 그러면서 아가메즈 외 다른 선수들이 잘 해서 안정적인 플레이를 하는 팀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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