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질문화바탕합리화모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이광표문공부장관의 새로운 대북문화교류제의는북한뿐아니라 중공에대한제의를 담고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제의는 남북한을 포함해 동북아지역의 안정을 위한하나의 모색으로 이지역의 공통유산인 문화교류에서 실마리를 찾아보자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제의는 전두환대통령이『북한이 사회의완전개방을 당장 할수없다면 우선 체육·문화·학문·우편·경제교류부터라도 개방을 시작하자』는「6·5」대북제의롤 부문별로 구체화한 것으로보인다.
더구나 동양의 고고학및미술사분야에 대한 한·중공·일의 공동연구를 제의함으로써 중공과 교류의 계기를 모색했다는데의미가 있다.
이같은 제의를 할수 있었던 것은 한반도·중공·일본이 다같은 동양문화권으로 밀접한 문화적 전통과 역사를 지니고 있으므로 어느정도 이데올로기를 초월할수 있는 바탕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있다.
20세기에와 비록 이데올로기로인한 상호단절을겪었다 하더라도 수천년의 동질적문화의 바탕이이 장애를 극복할 수 있다는 확신이다.
그리고 이러한 문화적동질성을 재인식, 재조명하려는 노력도 보다 공통점이 강한데서부터 단계적으로 추진되는게 자연스럽다.
그래서 우선 이데올로기와 관련이 깊은 현대의 문학·연극·영화등 보다는 이데올로기의 영향이 없는 고고학·미술사분야에 대한 공동연구·교류를 제의했다. 이런데서도「실제적인 교류의실현」을 위해 애쓴 흔적이 보인다.
이번 제의의 직접적인계기는 일본과 미국에서열린 한국미술5천년전이크게 좋은 평을 받았고신안앞바다에서 1만6천여점의 중국·일본의 유물이 발굴된데서 찾을수있다.
해외전시에 북한이 참가함으로써 보다 알찬 미술품을 외국에 전시해 한민족의 문화적예지를 보이자는 의욕과 문화교류를 통한 민족적동질성을재확인하자는 바람이 포함돼 있다.
신안유물의 경우는 한·중·일본이 관련된 만큼학문적으로도 관계국의 공동연구가 바람직하다.
정치를 떠난 학문의 세계, 더구나 수백년전의 역사까지 남북의 분단으로절름발이 연구가 진행되어서야 되겠는가.
우리쪽에서 공주의 백제 무령왕릉과 주천마총등이 발굴되었고 북쪽에서 고구려의 고분이 발굴되었으나 상호교류가 없었던 관계로 일방의 연구로만 그쳐고대사를다시써야할 처지에서 자료빈곤의 안타까움이 컸다.
물론 우리쪽의 이같은문화교류제의가 처음있었던것은 아니다. 76년 일본에서 한국미술 5천년전 개최를 계기로 당시남북조절위의 장기영서울측공동위원장대리가 북한측에 남북간 고미술품교환및 공동전시개최를 제의했다.
이때 평양측은 우리측의 제의를 거부했다.
서로다른 체제를 통합하기 위해서는 정치적통합과 기능적 통합이라는두가지 방식이 가능할것이다.
그러나 이데올로기로 인한 단절로 정치적통합이당장에는 거의 불가능하다면 우선 가능한 분야부터 상호 필요한 부문에대한 교류와 통합을 시도하는 기능적통합이 훨씬 합리적이다.
이번 이장관의 제의도남북상호간은 물론 극동관계국간에 꼭 필요한 학문·문화의 교류부터 우선 출발시켜 보자는 점에서 합리적인 제의로 평가된다.
88년 올림픽의 서울개최를 앞두고 우리는 중공·북한은 물론 이념을달리하는 세계의 모든나라와 상호협력할수 있다는이같은 대국적자세를 쌓아나가야 하겠다. <문창극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