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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클립] Special Knowledge <546> 우유 제대로 즐기는 방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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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몇 년 전 서울 일부 지역의 학부모들은 “ 급식 때 나오는 (일반) 우유에 지방이 많이 들어 있어 자녀들이 뚱뚱해질 수 있다”며 “저지방 우유로 바꿔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은 맛이 밍밍해진 저지방 우유를 달가워하지 않았어요. 우유는 일반 우유·저지방 우유·무지방 우유로 나뉩니다. 어떤 우유가 내 몸에 적합한 우유일까요?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은하수의 영문 이름은 ‘the milky way’다. 과거 서양인들은 갓 태어난 아기의 영혼이 하늘 길(은하수)을 따라 내려오며 아기는 하늘의 음식인 젖(milk)을 먹고 자란다고 생각했다. 기원전 400년경 고대 희랍의 의성(醫聖) 히포크라테스는 우유를 완전식품이라고 예찬했다. 몸이 필요로 하는 거의 모든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 있다고 봐서다.

 전남대 동물자원학부 오세종 교수는 “우유엔 살·피·뼈를 만드는 데 필수적인 단백질과 칼슘이 모유보다 많다”며 “영양 밀도가 모유보다 높은 식품”이라고 소개했다.

[일러스트=강일구]

 ◆과거 ‘3.4 우유’란 제품이 출시된 이유=우유는 88%가 물이다. 우유에서 물 다음으로 많은 성분은 유당(乳糖)이다. 당류의 일종인 유당 함량은 우유 100㎖당 4.5∼5g이다. 유당은 변비를 예방하고 변을 체외로 배출시키는 작용을 한다. 일부 변비 해소용 건강기능식품과 다이어트 식품에 유당이 첨가되는 것은 그래서다.

 우유는 100㎖당 단백질이 3.2g가량 든 고단백 식품이다. 우유 단백질은 동물성 단백질이니만큼 질도 높다. 우유의 단백질은 카세인(casein)과 유청(whey)으로 구성된다. 우유 100㎖당 카세인은 2.8g, 유청은 0.4g이 들어 있으므로 우유 단백질의 주류는 카세인인 셈이다.

 우유 특유의 부드러움과 고소한 맛을 주는 성분은 우유의 지방, 즉 유지방(乳脂肪)이다. 우유 100㎖당 지방 함량은 3.5g 정도로 모유와 비슷하다. 과거엔 지방이 풍부할수록 질 좋은 우유였다. ‘3.4 우유’란 제품이 출시된 적도 있는데 유지방 함량이 100㎖당 3.4g에 이른다는 것을 내세운 상품명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지방 함량이 높다는 것은 자랑거리가 아니며 우유 판매의 마이너스 요인이다. 소는 기온이 낮은 겨울엔 운동량이 적어 지방량이 가장 높은 원유를 생산한다. 여름에 짠 원유엔 지방이 상대적으로 적게 들어 있다. 우유의 지방이 모두 건강에 해로운 것은 아니다. 지방은 혈관 건강에 유해한 포화지방과 유익한 불포화지방으로 나눌 수 있는데 우유 전체 지방의 60∼70%가 포화지방, 30∼40%가 불포화지방이다. 우유 지방의 2%가량은 인지기능을 돕는 레시틴이다. 레시틴은 치매 예방을 위한 건강기능식품에 첨가된다. 요즘 두뇌 건강용 건강기능식품 재료로 인기가 높은 포스파티딜세린·포스파티딜콜린도 레시틴의 일종이다.

 ◆저지방 우유 기준, 어떻게 정해졌나=미국 농무부(USDA)의 2012년 자료에 따르면 미국인은 2% 저지방 우유를 가장 많이 마신다. 다음이 일반 우유→1% 저지방 우유→무지방 우유 순서다. 우리나라에선 일반 우유 소비가 거의 80%를 차지할 만큼 압도적이다. 우유의 지방 함량이 3% 이상이면 일반 우유, 0.6∼2.6%이면 저지방 우유, 0.5% 이하이면 무지방 우유로 분류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송성옥 주무관은 “지방 함량 2% 짜리 저지방 우유는 고소한 맛이 적어 학생들이 그냥 버리는 경우가 많다는 업계의 건의가 있어 전문가협의회·축산물심의위원회를 거쳐 2012년 11월부터 지방 함량 2.6%까지도 저지방 우유로 표시할 수 있도록 했다”며 “딸기·초코·커피우유 등 가공유도 같은 기준이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우유를 오래 가만히 두거나 버터를 만들듯이 원심분리하면 지방층(層)이 위로 떠오른다. 이렇게 뜬 지방을 거둬낸 것이 저지방 또는 무지방 우유다.

 ◆저지방 우유가 비만 예방에 유효한가=미국 뉴욕시는 학교에서 일반 우유 대신 저지방이나 무지방 우유를 제공하는 새 우유 정책을 2005년부터 실시했다. 그 결과가 미국 질병예방관리센터(CDC)의 2010년 1월 보고서를 통해 외부에 공개됐다. 학생들은 우유의 종류를 바꾸는 것만으로 연간 약 6000㎉의 열량, 600g의 지방을 덜 섭취한 것으로 조사됐다. 심심한 맛 때문에 우유 소비가 줄어들 것이란 사전 예상과는 달리 학생들의 우유 소비량도 1.3% 증가했다. 뉴욕의 참신한 실험은 비타민과 미네랄의 섭취는 유지하면서 칼로리와 지방 섭취는 줄여 비만 억제에 도움을 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저지방 우유는 한 잔(200㎖)의 열량은 72㎉ 밖에 되지 않는다. 미국 식품의약청(FDA)은 ‘미국인을 위한 식이지침’에서 하루 세 잔 이상 무지방 혹은 저지방 우유를 마실 것을 권하고 있다.

 저지방 우유를 마시는 것이 고혈압·당뇨병·심장병 예방에 이롭다는 연구결과도 여럿 나왔다. ‘미국심장학회지’ 2008년 2월호엔 미국 하버드대학 의대 루왕 박사팀이 45세 이상 고혈압 여성 8710명을 대상으로 10년간 저지방 우유 섭취와 혈압의 연관성을 관찰한 결과가 소개됐다. 이 연구에서 매일 저지방 우유를 두 잔 이상 마신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하루 평균 0.3잔 이하)보다 고혈압 발생률이 11% 낮았다.

 일반 우유와 저지방 우유의 건강상 효능이 별 차이 없다는 연구결과도 더러 있다.

 미국 하버드대학과 네덜란드 위게닌겐 대학 공동 연구팀은 미국·유럽·일본에서 실시된 17개의 우유와 심장병 관련 연구를 분석한 결과 하루에 일반우유 3잔을 꾸준히 마시면 심장병 위험이 18% 낮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미국 임상영양학회지’ 2010년 12월호에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저지방 우유를 주로 마신다는 이유로 탄산음료나 과일주스를 즐기는 등 ‘방심’했다간 오히려 비만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나에게 적합한 우유가 따로 있나=우유도 자신의 연령·직업·건강 상태 등에 따라 ‘맞춤식’으로 선택할 수 있다.

 평소 육류 등 지방 음식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저지방이나 무지방 우유를 구입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다.

 국민대 식품영양학과 임지영 교수는 “(일반) 우유 속 포화지방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여 심장병·뇌졸중 등 혈관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며 “하루에 우유를 서너 잔 이상 마시는 사람이라면 저지방 우유로 바꿀 것”을 주문했다.

 성인이 일반 우유를 3~4잔(1잔은 약 200㎖)을 마시면 하루 지방 기준치(50g)의 20% 이상이 채워지게 된다.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이동호 교수는 “비만하거나, 대사증후군이 의심되거나, 혈중 LDL 콜레스테롤 수치 130 이상이거나 혈압이 140/90 이상으로 경계(요주의) 상태이면서 혈압 조절이 잘 되지 않는다면 저지방 우유를 고르는 것이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엄마의 젖을 막 뗀 뒤 만 2세 이전까지는 일반 우유를 하루에 2잔(400㎖) 정도 먹이는 것이 좋다. 우유의 지방 함량이 모유와 비슷한데다 우유 안에 든 지방이 뇌 발달을 돕기 때문이다. 미국소아과학회(AAP)는 만 2세 이후엔 저지방 우유로 바꿀 것을 권장했다. 만 2세 미만 아이라도 비만이나 고(高)콜레스테롤혈증 환자로 자랄 가능성이 높다면 저지방 우유를 먹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미국 피츠버그 어린이병원의 영양사 앤 콘돈메이어스는 과체중 또는 비만인 부모를 뒀거나 고콜레스테롤·심장병 가족력이 있는 집안에서 태어난 아이는 1∼2세라도 저지방 우유를 먹는 것이 좋다고 ‘소화과학지’(Pediatrics) 2008년 7월호에 발표했다.

 수원대 식품영양학과 임경숙 교수는 “저지방 우유는 미국처럼 비만 인구 비율이 높은 나라의 국민들이 체중·콜레스테롤 관리를 위해 마시는 우유로 오인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최근 우리나라 식문화가 빠르게 서구화되고 있는데다 고열량·고지방 식품의 섭취가 급증하고 있으므로 건강을 위해 우유의 지방부터 줄일 것”을 당부했다.

 갱년기 여성과 성장기 어린이에겐 칼슘 강화우유가 추천된다. 특히 성장기인 어린이·청소년은 뼈를 더 빨리, 더 튼튼하게 만들기 위해, 50대 초반의 갱년기 여성은 골다공증 예방을 위해 고칼슘 우유를 마시는 것이 바람직하다. 두뇌를 많이 쓰는 수험생에겐 DHA 우유가 좋다. 오메가-3 지방의 일종인 DHA는 뇌·신경·눈 조직의 구성에 필수적이며 집중력을 높이는 등 두뇌 건강에 이롭다.

 우유는 어린이나 청소년만을 위한 식품이 아니다. 성인, 특히 노인도 우유 마시기를 소홀히 하면 안 된다. 우유는 ‘칼슘의 왕’으로 통하는 데 우리 국민이 가장 부족하게 섭취하는 영양소가 칼슘이기 때문이다. 노인의 칼슘 섭취량은 권장량의 70%에도 못 미친다. 또 우유는 암·당뇨병 등 각종 성인병 예방을 돕는다.

 ◆우유를 잘 마시는 방법=우유는 냉장 보관된 상태 그대로 마시는 것이 최선이다. 가열하면 비타민·미네랄 등 소중한 영양소가 대부분 소실되기 때문이다. 찬 우유만 마셨다 하면 복통·설사 등 배앓이를 하거나 소화기능이 약한 사람은 우유를 60도 정도로 따뜻하게 데워 마실 수밖에 없다. 따뜻한 우유가 더 잘 소화·흡수되기 때문이다. 이때 우유를 직접 가열하지 말고 뜨거운 물에 중탕하는 것이 영양소들의 파괴를 최소화하는 요령이다.

 우유는 액체지만 마치 고체인 음식을 씹어 먹듯이 마시는 것이 좋다. “수박은 그냥 삼켜도 우유는 씹어 먹어라”란 말은 일리가 있다. 수박의 수분 함량이 96%로 우유(88%)보다 오히려 높아서다. 물처럼 보이는 우유지만 고형분은 수박보다 많다. 고형분이 많은 우유는 천천히 씹듯이 마셔야 침과 잘 섞여 소화가 잘 된다. 우유를 벌컥벌컥 들이키는 대신 커피처럼 맛을 음미하며 마시면 고소한 맛도 더 강하게 느껴진다. 우유를 입 안에서 굴리면서 천천히 마시면 유당불내증(乳糖不耐症)이 완화된다.

 ◆우유에 대한 잘못된 지식=우유가 혈액을 탁하게 하고 암 성장을 돕는다고 여기는 사람이 많다. 대다수 의사들이 이는 잘못된 상식이라고 말한다. 지나친 우유 섭취는 암세포의 성장을 돕는다는 주장도 나왔다. 우유에 인슐린과 유사한 작용을 하는 IGF-1이란 성장인자가 들어 있는데 몸 안에 과다 분비되면 암 세포의 성장을 촉진시킨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지만 증거가 부족하고 위험을 침소봉대(針小棒大)했다고 평가하는 의사들이 훨씬 많다.

 자궁근종이나 자궁내막증 등 자궁질환을 가진 여성들에게도 우유는 해가 없다.

 미국 코넬대 영양생화학과 콜린 캠벨 명예교수는 우유 등 유제품 소비가 많은 미국·뉴질랜드·스웨덴에서 대퇴골 경부 골절 발생률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육류와 칼슘 섭취가 과도한 국가의 얘기일 뿐, 육류 섭취량이 서구의 절반 수준이고 우유를 하루 1잔도 채 마시지 않는 한국인에겐 해당되지 않는다는 반론이 더 설득력 있다.

 우유가 아토피를 촉발 또는 악화시킬 수 있다고 것도 잘못된 상식이다. 아토피는 원인이 식품과 무관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임산부가 우유를 마시면 아기에게 아토피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는 말도 근거가 없다. 임신 중엔 산모가 건강을 위해 우유를 더 챙겨 먹는 것이 좋다. 임신 초기엔 하루 200㎖(1팩) 이상, 후기엔 400㎖ 가량 마시는 것이 적당하다.

단 임산부가 우유와 철분제를 함께 마시는 것은 삼간다. 우유의 칼슘이 철분의 체내 흡수를 방해할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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