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후 20년 서울 미 문화원 점거 73인은 지금] "386세대로 규정짓지 마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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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미 문화원 점거 학생들은 386세대의 1세대 격이다. 그러나 이들 중 대다수는 취재팀의 심층 면접에서 자신들이 386세대로 분류되는 데 대해 거부감을 느끼고 있었다.

본지가 인터뷰한 43명 대부분은 자신을 '386세대'로 규정지어 묻는 질문에 동의하지 않았다.

386세대는 1960년대에 태어나 반독재 투쟁 등으로 얼룩졌던 1980년대에 대학을 다녔던 30대 사회인을 일컫는 말이다.

90년대 중반 386컴퓨터가 등장하면서 이들은 386세대로 불리기 시작했다. 미 문화원 점거자 73명은 1961~64년에 태어나 80년대 초반의 학번을 가졌다. 어느덧 이들은 40대에 접어들어 386이 아닌 '486'세대가 됐다.

한 인터뷰 대상자는 "386세대 중에는 과거보다 좌편향된 사람도 있고, 자신의 대학 시절을 철없었다고 후회하며 보수주의자를 자처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함운경(41)씨는 "군대를 다녀왔다고 해서 모든 남자가 같은 생각을 한다고 볼 수 없다"며 "동질감을 느낄 때는 '군대 얘기할 때' 정도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386세대가 같은 시대와 문화를 공유했다고 해서 그 세대의 정치.사회적인 입장을 동일시하는 것에 찬성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전모씨는 "386세대라는 이름으로 잘나가는 정치권 인사가 있는가 하면 사회 적응이 어려울 정도로 좌절을 맛보는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386세대라는 용어가 이미 도덕적 상징성을 상실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최영구(41.서울대 82학번)씨는 "우리 세대의 가장 큰 장점은 도덕성인데 권력에 흡수됐거나 근접한 사람들이 구태 정치를 반복하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최영군(41.연세대 82학번.연세대 생활협동조합 근무)씨는 "386세대라는 개념은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사람들, 노동자, 농민 등을 소외시켰다"고 주장했다. 반독재 투쟁에 나섰던 대학생 이외의 사람들을 통합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김모씨는 "우리 세대의 동질성을 찾는다면 데모하느라 공부를 안 한 상태에서 겨우 자리를 잡은 30대 후반에 외환 위기를 당한 불행한 세대인 점"이라고 말했다.

◆ 특별취재팀=임장혁.정강현.박성우.백일현.김호정.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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