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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민간인 사찰 폭로자, 국회 입성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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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과 청와대가 증거 인멸을 지시한 사실을 폭로한 장진수 전 주무관(41)이 국회에 입성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권은희 의원실 관계자는 3일 중앙SUNDAY 기자와 만나 “장 전 주무관을 입법보조원으로 임명했다”며 “장 전 주무관이 대법원에서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상태라 현재 공직에 임명할 수 없지만 제한이 풀리는 대로 보좌관 또는 비서관으로 의원실에 자리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의원 입법보조원은 의원실마다 2명씩 임명할 수 있는 공적인 자리다. 별도의 월급을 받지는 않지만 국회에 등록돼 출입증이 나온다. 의원의 입법 활동과 정책업무를 지원하기 때문에 상임위 산하 기관 등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장 전 주무관은 이미 국회로 출근하고 있다.

권 의원은 장 전 주무관을 ‘공익 제보자의 밤’ 행사 등에서 알게 됐다고 한다. 권 의원 스스로가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 축소·은폐 의혹의 내부 고발자다. 새정치연합의 광주 광산을 공천을 받아 7·30재보선을 통해 국회에 입성했다.

장 전 주무관은 이명박 정부 시절 메가톤급 폭로를 했다. 2012년 3월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이 청와대가 증거 인멸에 개입한 사실을 폭로하지 않도록 입막음 하기 위해 수천만 원을 건넸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특수활동비 예산 중 상당 부분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에 상납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의 폭로 중 일부는 법원 판결로 사실로 드러났다. 이후 ‘왕차관’으로 불리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과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은 직권남용과 불법 사찰 등을 지시한 혐의로 실형을 받았다.

장 전 주무관도 지난해 11월 대법원에서 증거인멸, 공용물 손상 등의 혐의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확정판결을 받았다. 이후 장 전 주무관은 공무원 자격을 잃었으나 전국공무원노조가 지난 8월 노조 부설 정책연구원의 연구원으로 임명해 일해왔다.

여기에 권 의원과 장 전 주무관이 국회에서 함께 일할 뜻을 밝히면서 공익제보자들이 실질적인 입법권을 갖게 되는 등 세력화하는 모양새다. 권 의원은 국방위 소속이긴 하지만 지난 달 ‘원세훈ㆍ김용판 과연 무죄인가?’ 판결 토론회를, 최근 국회에선 영화 ‘제보자’ 시사회도 열었다. 공익제보자들과 관련된 기관인 경찰, 국정원, 총리실 등으로선 이들의 활동을 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백일현 기자 keysm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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