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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규, 36초 남기고 뒤집기 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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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아시아 최강 이란을 꺾고 12년 만에 아시안게임 정상에 복귀한 남자농구 대표선수들이 우승이 확정된 뒤 환호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양동근·김태술·양희종·오세근. 귀화 선수 문태종(왼쪽)은 팔꿈치 부상을 당하고도 투혼과 희생정신으로 팀 분위기를 살렸고, 19점을 넣어 최다 득점을 기록했다. [인천=양광삼 기자]

남자 농구 대표팀이 12년 만에 따낸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산전수전 을 다 겪고 이뤄낸 값진 열매였다. 4쿼터 40분 사투를 펼친 뒤 극적인 뒤집기 승리로 금메달을 확정 지은 선수들은 부둥켜안으며 함께 기쁨을 나눴다.

 농구 대표팀은 인천 아시안게임 준비를 위해 지난 5월 처음 모였다. 그러나 잇따른 악재로 어려움을 겪었다. 한국 프로농구에서 다섯 시즌을 뛴 SK 외국인 선수 애런 헤인즈(33·미국)의 특별 귀화를 추진했지만 3년간 해당 국가에 지속적으로 거주해야만 된다는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규정 때문에 무산됐다. 또 김민구(23·KCC)는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대한농구협회의 지원도 부족했다. 연습 경기 상대를 제대로 구하지 못해 부상 선수가 있는데도 자체 청백전으로 실전감각을 키워야 했다.

4쿼터에 덩크슛을 터뜨리는 김종규. [뉴스1]

 지난달 4일 스페인 라스팔마스에서 끝난 국제농구연맹(FIBA) 월드컵에서 5전 전패를 당한 뒤 농구 대표팀의 분위기는 밑바닥까지 떨어져 있었다.

 그러나 대표팀은 아시안게임 경기를 거듭하면서 달라졌다. 지난달 27일 필리핀과 본선 조별 리그에서 97-95로 승리한 뒤 대표팀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되찾았다. 지난달 30일 일본을 꺾고 결승에 오른 뒤 김종규(23·LG)는 “금메달만 바라보고 여기까지 왔다. 이란에 한번 들이대보겠다”고 말했다.

 이란에는 미국프로농구(NBA) 출신 하메드 하다디(29)라는 걸출한 센터가 있었다. 2m18㎝, 120㎏의 거구인 하다디를 앞세운 이란 앞에서 한국 농구는 지난 10년 동안 2승7패로 절대 열세였다. 그러나 이날은 달랐다. 김종규(2m7㎝), 김주성(35·동부·2m5㎝) 등 센터진은 자신보다 10㎝ 이상 큰 하다디 앞에서 주눅들지 않았다. 하다디를 막기 위해 4명이 달라붙는 벌떼 수비도 불사했다. 하다디를 2쿼터까지 6점으로 틀어막은 한국은 42-36으로 앞선 채 1, 2쿼터 전반을 마쳤다.

 3쿼터 들어 이란이 에이스 닉 카바라미(31)를 앞세워 역전에 성공했지만 한국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70-75로 뒤진 종료 1분9초 전부터 뒤집기 쇼가 펼쳐졌다. 양동근(33·모비스)이 3점슛을 넣었고 종료 36초 전 김종규가 골밑슛을 성공시킨 뒤 반칙까지 얻어내 자유투를 넣는 ‘3점 플레이’로 역전 했다.

 16점을 넣은 조성민(31·KT)은 “지난 한 달 동안 너무 힘들었다. 그래도 그 어려움이 있었기에 좋은 결과가 나왔다. 너무 짜릿하다”고 말했다. 4년 전 광저우 대회 때도 팀을 이끌고 은메달에 만족했던 유재학 감독은 “잘 따라와준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했다.

 ◆일병 오세근, 조기 전역=남자 농구 대표팀 금메달로 김선형(26·SK)·김종규·이종현(20·고려대)이 병역 면제를 받게 됐다. 지난 4월 상무에 입대한 일병 오세근(27)은 2010년 개정된 병역법 시행령에 따라 조기 전역해 소속팀 인삼공사로 돌아갈 전망이다.

인천=김지한 기자
사진=양광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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