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농구 대표팀이 12년 만에 따낸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산전수전 을 다 겪고 이뤄낸 값진 열매였다. 4쿼터 40분 사투를 펼친 뒤 극적인 뒤집기 승리로 금메달을 확정 지은 선수들은 부둥켜안으며 함께 기쁨을 나눴다.
농구 대표팀은 인천 아시안게임 준비를 위해 지난 5월 처음 모였다. 그러나 잇따른 악재로 어려움을 겪었다. 한국 프로농구에서 다섯 시즌을 뛴 SK 외국인 선수 애런 헤인즈(33·미국)의 특별 귀화를 추진했지만 3년간 해당 국가에 지속적으로 거주해야만 된다는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규정 때문에 무산됐다. 또 김민구(23·KCC)는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대한농구협회의 지원도 부족했다. 연습 경기 상대를 제대로 구하지 못해 부상 선수가 있는데도 자체 청백전으로 실전감각을 키워야 했다.
지난달 4일 스페인 라스팔마스에서 끝난 국제농구연맹(FIBA) 월드컵에서 5전 전패를 당한 뒤 농구 대표팀의 분위기는 밑바닥까지 떨어져 있었다.
그러나 대표팀은 아시안게임 경기를 거듭하면서 달라졌다. 지난달 27일 필리핀과 본선 조별 리그에서 97-95로 승리한 뒤 대표팀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되찾았다. 지난달 30일 일본을 꺾고 결승에 오른 뒤 김종규(23·LG)는 “금메달만 바라보고 여기까지 왔다. 이란에 한번 들이대보겠다”고 말했다.
이란에는 미국프로농구(NBA) 출신 하메드 하다디(29)라는 걸출한 센터가 있었다. 2m18㎝, 120㎏의 거구인 하다디를 앞세운 이란 앞에서 한국 농구는 지난 10년 동안 2승7패로 절대 열세였다. 그러나 이날은 달랐다. 김종규(2m7㎝), 김주성(35·동부·2m5㎝) 등 센터진은 자신보다 10㎝ 이상 큰 하다디 앞에서 주눅들지 않았다. 하다디를 막기 위해 4명이 달라붙는 벌떼 수비도 불사했다. 하다디를 2쿼터까지 6점으로 틀어막은 한국은 42-36으로 앞선 채 1, 2쿼터 전반을 마쳤다.
3쿼터 들어 이란이 에이스 닉 카바라미(31)를 앞세워 역전에 성공했지만 한국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70-75로 뒤진 종료 1분9초 전부터 뒤집기 쇼가 펼쳐졌다. 양동근(33·모비스)이 3점슛을 넣었고 종료 36초 전 김종규가 골밑슛을 성공시킨 뒤 반칙까지 얻어내 자유투를 넣는 ‘3점 플레이’로 역전 했다.
16점을 넣은 조성민(31·KT)은 “지난 한 달 동안 너무 힘들었다. 그래도 그 어려움이 있었기에 좋은 결과가 나왔다. 너무 짜릿하다”고 말했다. 4년 전 광저우 대회 때도 팀을 이끌고 은메달에 만족했던 유재학 감독은 “잘 따라와준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했다.
◆일병 오세근, 조기 전역=남자 농구 대표팀 금메달로 김선형(26·SK)·김종규·이종현(20·고려대)이 병역 면제를 받게 됐다. 지난 4월 상무에 입대한 일병 오세근(27)은 2010년 개정된 병역법 시행령에 따라 조기 전역해 소속팀 인삼공사로 돌아갈 전망이다.
인천=김지한 기자
사진=양광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