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짠 이통사 … 갤S5 보조금, 알뜰폰 절반 수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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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소비자와 판매점이 모두 불만인 예상치 못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1일부터 시행한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 얘기다. <중앙일보 10월 2일자 B1면

 소비자 불만 1호는 기대보다 낮은 이동통신사의 보조금이다. 이통 3사의 단말기별 지원금은 상한선인 30만원을 채운 경우가 드물다. 특히 주요 알뜰폰 사업자의 지원금이 이통 3사보다 많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소비자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3일 이통 3사에 따르면 ‘갤럭시 S5’를 4만원대 요금제(2년 약정)로 가입할 경우 6만3000~9만8000원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반면 CJ헬로비전은 같은 모델·요금제에 대해 12만원의 지원금을 준다. 7만원 이상 요금제에서는 이통 3사가 더 많지만 저렴한 요금제에서는 이통사 대리점의 추가 지원금(공시 금액의 15% 범위)을 감안해도 알뜰폰의 혜택이 더 크다는 얘기다. 일부 모델에서는 보조금 격차가 20만원 이상 나기도 한다.

 이는 알뜰폰이 단통법에서 규정한 ‘요금제에 따른 비례원칙’의 예외를 적용받기 때문이다. 이통사는 싼 요금제에서는 비싼 요금제보다 보조금을 적게 줘야 하는 규정을 따라야 한다. 하지만 알뜰폰은 이를 지키지 않아도 된다. 한 이통업계 관계자는 “알뜰폰 사업자가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하는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일부 최신 단말기의 국내 가격이 해외보다 비싸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며, 인터넷에선 단통법 폐지 청원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다. 저가 요금제를 선택해도 보조금을 받고, 바가지 쓸 걱정 없이 어디서나 동일한 보조금 혜택을 받는 장점보다 체감 보조금이 줄어든 단점이 도드라지는 ‘단통법의 아이러니’다.

 판매점·대리점도 매출이 줄었다며 울상이다. 1일 이통 3사 간 번호이동 건수는 4524건으로, 지난주 평균(2만4316건)의 5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단통법 시행 직전 단말기를 사기 위해 수요가 몰린 지난달 30일(5만318건)에 비하면 10분의 1 수준이다. 업계는 보조금 혜택이 소비자의 기대치에 못 미치면서 가입을 미루는 소비자가 많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한다. 서울 강남역 주변에 있는 한 대리점 사장은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결국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통사의 눈치 보기라는 지적도 있다. 단통법 시행 후 시장 상황을 예측하기 어렵다 보니 소비자 반응을 일단 지켜보자는 취지에서 이통사가 소극적으로 보조금을 책정했다는 것이다.

 정부도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주무 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의 최성준 위원장조차 “최신 단말기 지원금이 예상보다 낮다”고 평가했다. 미래창조과학부 관계자는 “단통법이 제자리를 잡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며 “시장의 혼란이 예상보다 길어진다면 추가 대책을 실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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