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전사 되겠다" 시리아로 간 소녀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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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영국 브리스톨에서 살던 15세 소녀가 지난달 24일 등교한다고 집을 나선 뒤 사라졌다. 가족들은 발을 동동 굴렀다. 소녀의 행적을 뒤쫓던 경찰은 소녀가 런던에서 17세 소녀를 만났고 둘이 터키의 이스탄불행 비행기를 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시리아로 입국하려 한다는 것도 알게 됐다. 담당 경찰은 “극단주의에 빠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소녀만이 아니다. 유럽에선 수백 명의 여성, 그 중 상당수는 20세 이하의 소녀들이 시리아로 향하고 있다고 한다. 영국 일간 가디언는 “서구 출신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의 10%가 여성”이라고 보도했다.

 프랑스에선 그 비율이 25% 정도다. 63명 정도가 이미 지하디스트 집단에 들어갔고 60여 명이 들어가려고 하고 있다. 영국(50명)·독일(40명)도 못지않다. 프랑스 대테러 기관의 수장을 지낸 루이 카프리올리는 “이들은 지하디스트를 지원하고 또 출산을 통해 이슬람 전사를 키워내고 남편이 숨질 경우 순교자의 아내란 칭찬까지 받게 된다는 생각에 끌리는 듯하다”고 분석했다.

 ‘이슬람국가’(IS) 등 극단주의 집단에 합류한 이들 중 일부는 자신들의 일상을 ‘이상향’으로 묘사하는 글이나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리곤 한다. 일종의 ‘신병 모집인’ 역할을 하는 셈이다. 현실은 그러나 전혀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독일의 대테러 전문가인 롤프 토포벤은 “IS는 완고한 무슬림”이라며 “(여성들이) 학대당하거나 노예로 팔리거나 강제로 결혼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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